<신진호의 커피노트> 이화(李花) 흩날리는 배밭으로 이끈 하와이 코나 SL34

스콧연구소에서 개량…탄자니아 거쳐 하와이 등지 보급
견과류, 스파이스 아로마…초콜릿, 배, 자몽 향미 느껴
신진호 기자 2023-04-24 14:02:18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SL34예요. 사는 곳은 세계적인 휴양지인 하와이지만 종가(宗家)는 케냐에 있어요. 저희 할아버지는 영국이 식민지 시절 세운 스콧연구소(Scott Agricultural Laborates)에서 1930년대에 태어나셨어요. 스콧연구소는 현재 케냐 국립농업연구소(National Agricultural Laboratories)로 이름이 바뀌었어요.

SL34는 1930년대 스콧연구소(Scott Agricultural Laborates)에 의해 케냐 케베테(Kebete) 로레스호 농장(Loresho Estate)에서 발견됐다. 여러 실험을 거쳐 강우량이 많은 고산지대에 적합하도록 개량되어 탄자니아와 하와이 코나 등으로 보급되었다.
SL34는 1930년대 스콧연구소(Scott Agricultural Laborates)에 의해 케냐 케베테(Kebete) 로레스호 농장(Loresho Estate)에서 발견됐다. 여러 실험을 거쳐 강우량이 많은 고산지대에 적합하도록 개량되어 탄자니아와 하와이 코나 등으로 보급되었다.

할아버지가 태어날 당시에는 가뭄과 커피 녹병 등 병충해로 커피 산업이 크게 위협을 받았대요. 그래서 스콧연구소에서 커피 연구를 본격화 하면서 개량종을 많이 만들어냈어요. 저희 할아버지도 그 중의 하나예요. 할아버지 이름에 숫자 ‘34’가 붙어있죠. 이것은 스콧연구소에서 34번째로 개량한 종이라서 그런거예요. SL은 스콧연구소의 약자고요.

저의 조상은 케냐 케베테(Kabete)라는 지역의 로레스호 농장(Loresho Estate)에서 사셨는데, 어느날 스콧연구소 직원이 찾아와 연구소로 데려가셨대요. 연구소에서 여러 가지 실험과 재배 등을 거친 끝에 강우량이 많은 고지대에 적합하도록 개량이 되셨대요. 처음에는 버번 계열(Bourbon coffee)로 알려졌지만 최근 유전자 검사 끝에 티피카(Typica) 계열로 확인되었어요.

연구소에서 나온 저희 할아버지는 탄자니아로 이주하셨어요. 그곳은 강수량이 많아 다른 커피 품종이 잘 안 자랐기 때문이예요. 할아버지는 물을 좋아하셨지만 병충해에는 약하셨죠. 그래서 같은 연구소 출신이면서 병충해에 강한 SL28라는 친구분과 함께 커피 농가에 보급되었다고 전해들었어요. 

저희 아버지는 할아버지 곁을 떠나 하와이 코나(Kona)로 이주하셔서 저를 낳았어요. 아버지는 아프리카 고산지역과 달리 이곳의 고도가 낮아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하셨어요. 고도가 낮으면 햇볕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희안하게 오후 1~2시가 되면 구름이 태양을 가려줘 자연스럽게 그늘이 형성돼 더위를 피할 수 있어 그나마 살 수 있다고 하셨어요. 사람들은 이를 공짜 그늘이라며 ‘프리 셰이드(Free Shade)’라고 하죠. 

하와이 코나 SL34 생두(왼쪽)와 로스팅한 원두. 테이스팅을 하면 초콜릿과 너티(Nutty), 스파이스(Spices) 배(Pear) 등의 향미(Flavor)를 느낀다. 

코나에서 태어난 저는 이곳이 좋아요. 저는 미네랄이 풍부한 화산재 위에서 자라 잘 먹고 튼튼하게 자라죠. 게다가 화산재는 물 빠짐도 좋아 제 몸은 항상 뽀송뽀쏭하죠.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운 날씨에 적응하면서 저는 속이 꽉차있죠. 그래서 사람들은 향미(Flavor)가 좋다고 하더라고요. 

제 자랑 같지만 최근 저를 3번 평가한 내용을 살짝 공개할게요.

제 몸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초콜릿과 견과류인 너티(Nutty) 향(Aroma)이 나면서 후추 등과 같은 스파이스(Spices)도 느낀다고 하네요.

하와이 코나 SL34. 한 자루에 60㎏의 커피 생두가 담겨 있다.

테이스팅을 하면 초콜릿 맛은 기본이고 배(Pear)의 깔끔한 맛과 함께 산미는 자몽처럼 너무 시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바디감은 무겁지도 가볍지도(Light) 않고요, 여운도 좋다고 하네요. 저를 기억하는 색깔은 배를 연상하는 노란색(Yellow)이라고 하고요.

이것이 저에 대한 평가 점수예요. 이 정도면 좋은 거죠?

Aroma 7, Floral 7, Fruit 7, Sour 1, Nutty 7, Toast 7, Burnt 1, Earth 1, Acidity 6, Body 7, Texture 7, Flavor 7, Aftertasting 7, Astringency 1, Residual 1, Soft Swallowing 9, Sweetness 7, Bitterness 1, Balance 7, Defect None(없음). 

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다보면 5월 배꽃이 피는 과수원이 생각난다고 하네요. 온 천지가 흰색 물결인 배밭은 한 폭의 그림이죠. 특히 바람부는 날 이화(李花)가 흩날리는 모습은 환상적이예요. 

참, 저도 흰꽃을 피워요. 저의 꽃말처럼 언제까지 당신과 함께(Always be with you)하고 싶어요.  

신진호 커피비평가협회(CCA) 커피테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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