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화학 직고용 판결에 여수산단 기업들 줄소송 '긴장'

LG화학·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 등 하청업체 근로자 소송 준비
여수산단 입주 기업체 "법원 판결 '남의 일 아니다'" 우려 목소리
장봉현 기자 2023-06-11 17:40:31
서울고등법원이 남해화학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고용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여수국가산업단지 입주업체들이 줄소송 우려로 긴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광전지부 남해화학비정규직지회 노동자들이 8일 법원 판결과 관련해 전남 여수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장봉현 기자  

고등법원이 전남 여수국가산단 내 남해화학 하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기업들이 줄소송 우려로 긴장하고 있다. 산단 내 일부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원청 회사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은 자료와 증거물을 수집하는 등 본격적인 소송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광전지부 남해화학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일 남해화학 사내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4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전원을 직접 고용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있지만 만약 남해화학이 패소하게 되면 소송을 제기한 노동자 45명 전원을 직고용해야 한다. 

이번 판결로 여수산단 입주기업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포괄적 사례로 굳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여수국가산단에서는 이번 남해화학 45명 외에 같은 회사 소속 사내 하청노동자 20여명도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첨단소재 사내하청 노동자 399명도 ‘원청 소속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해 달라’며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롯데첨단소재 여수공장에서 석유화학제품 생산과 설비 점검·관리, 이동·검수, 포장·출하 등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일각에선 남해화학과 롯데첨단 등 이미 제기된 소송을 포함해 향후 ‘줄 소송’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여수국가산단에는 297개 회사가 입주해 있다. 정확한 사내하청 업체수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공장장협의회 소속 37개사를 비롯한 규모가 있는 대부분 사업장은 협력업체에 일부 공정을 맡기고 있다. LG화학 화치 공장의 경우 7개의 사내하청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는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의 사업장에서 포장‧출하 업무를 맡고 있는 협력사 일부 노동자들도 소송 준비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사내하청의 경우 업무 특성상 원청의 지시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도급을 가장한 불법파견’으로 법원이 노동자의 손을 들어 줄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관식 민주노총 여수시지부장은 “여수산단 사내하청 노동자 대부분이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데 남해화학 판결 결과에 따라 줄 소송이 이어질 것”이라며“일부 회사 하청 노동자들은 원청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은 자료와 증거물을 수집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를 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여수산단 입주기업 한 관계자는 “산단 입주기업들도 남해화학과 롯데첨단소재 소송 결과가 ‘남의 일이 아니다’고 보고 있다”면서 “정당한 업무지시가 어디까지 인지도 불명확한 부분이 있지만 사측 입장에서는 불법파견 등의 빌미를 잡히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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