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이동형 세계커피테이스팅챔피언십 심사위원장
"추출 수율의 변화를 여러 상황으로 만들어 연습해야"
신진호 기자2024-07-05 06:59:44
[편집자 주] ‘2024 경기도 세계커피콩축제(Summer&Fall Season)’가 오는 10월 5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시흥시 은계호수 일대에서 열린다. 부대행사로 열리는 세계커피대회(WCC)는 세계커피바리스타챔피언십과 세계커피로스팅챔피언십 등 7개 부문으로 진행된다. 빅터뉴스는 WCC 대회 진행 방법과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 부문별 심사위원장을 연속적으로 인터뷰했다.
세번째로 이동형 세계커피테이스팅챔피언십(World Coffee Tasting Championship) 심사위원장을 만나 대회 참가 방법과 심사 기준 등을 물었다.
-세계커피테이스팅챔피언십은 무엇을 겨루는 종목인가. "커피테이스팅대회는 미각과 촉각 등 오감을 통해 인지하고 어떤 품종인지, 어떤 프로세싱으로 만들어진 커피인지 지각하여 구분해 맞추는 대회다."
-이 종목은 어떤 측면에서 커피 문화에 기여하는가. "커피테이스팅회에서 미각과 후각, 촉각을 이용해 커피의 원산지, 프로세싱 등을 알아내고 나아가 품질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이유는 커피 가공 산업이 다변화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본연의 향미(Flavors)를 지닌 커피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한걸음 더 나아가 대한민국 커피전문가와 애호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커피 테이스팅 지표를 만들어 좋은 커피를 향유하는 문화를 만들려는 목적도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설 수 있다는 두려움이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저는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능력이자 마지막 남은 영역이 '감각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커피는 감각을 깨우는 좋은 매개체가 되기때문에 이러한 측면에서도 올바른 커피 테이스팅 문화를 널리 알리고 싶다."
-선수들에게 대회 참가의 경험이 어떤 점에서 유익한가. "1~2분이라는 빠른 시간 내에 십여 가지 커피의 향미를 지각하고 구별한다는 것은 솔직히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감각이 무뎌지는 30대 이후에는 특히나 그렇다. 하지만 지난해 대회를 통해 40대 후반의 선수가 훈련으로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 확인하게 되었다. 더욱이 감각이 인지 체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비추어볼 때 참가를 위해 노력했던 선수들이 커피를 바라보는 시야와 철학이 더 깊어지고 넓어졌다고 확신한다. 우리 대회는 공항 마약 탐지견처럼 정답을 찾아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커피 테이스팅을 통해 참가자들이 더 많은 사고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는 것이 바로 우리 대회가 바라는 것이다."
-대회 참가 신청 절차와 방법은. "오는 8일부터 커피비평가협회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등록된 선수는 네이버 카페에 초대해 문의 사항이나 구체적인 일정을 공유할 것이다."
-대회 참가 신청을 끝낸 사람들은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은가. "참가 신청을 끝낸 선수들은 대회 공식 생두 판매처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빈스커넥션에서 지정 생두를 구매할 수 있다. 대회에 사용될 커피는 하스가란티 2.5 로스터기로 미디엄 정도의 볶음도로 로스팅이 된다. 선수들 각자 사용하는 로스터기로 미디엄, 에티오피아는 라이트 정도의 볶음도로 볶아서 연습하면 된다. 무엇보다도 커피의 수율에 신경을 써서 연습하면 좋을 것 같다. 지난해 대회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이 바로 수율 차이에 따른 향미 변화였다. 연습할 때 추출 수율의 변화를 여러 상황으로 만들어 연습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본선과 결선 일정과 준비사항은. "우리 대회는 선착순 50명으로 참가 인원에 제한을 두고 예선을 치룬다. 본선에는 15명의 선수가 겨루는데, 최상위 3명의 선수는 별도로 순위 결정전을 치루게 된다. 본선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3명은 트로피와 인증서를 받고, 다른 본선 진출 선수들은 인증서를 받게 된다."
-지난 대회를 치르면서 인상 깊었던 순간을 소개한다면. "앞서 말씀드렸듯이 40대 후반의 선수가 훈련을 통해 20대 초반의 선수들보다 뛰어난 결과를 얻었던 것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또한 볶음도별, 분쇄도별, 추출온도별 등 추출 수율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여러 상황을 만들어 연습했던 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둬, 그가 일한 카페를 찾아 커피를 마셔봤는데 일반 커피점 커피와 많이 달랐다. 이를 통해 테이스팅 훈련이 선수 개인뿐 아니라 선수가 속해 있는 카페의 질과 매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훈련은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번 대회가 기존 대회와 다른 점이 있나. "기존의 대회 중 더러는 자신들의 장비를 알리거나 창고에 묵혀 있는 생두를 처분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다. 철저히 자본경제에 따르는 대회였다. 하지만 우리 WCC는 상업적인 목적과 효과에 집중하지 않는다.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우리 대회 상이 경기도지사상과 시흥시장상, 시흥 국회의원상 등 공공성이 있기 때문에 여타 대회처럼 상업적인 목적을 가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순수하게 선수들의 기량과 커피 문화의 발전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 대회가 심사위원장께는 어떤 의미가 있나. "저 또한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전국에서 올라오는 선수들에게서 훈련 방법이나 과정 등을 들으면서 저도 계속 발전하고 있다. 제 개인적인 실력이 나아지는 것도 심사위원의 복이다라고 생각하지만 그보다는 이러한 문화가 더 많이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이 위원장에게 커피는 연결고리(Bridge)다. 그는 “한 잔의 커피에는 커피 산지와 커피 로스터, 그리고 바리스타의 노력이 연결되어 있다”며 “커피 한 잔으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기도 하고 기업과 기업,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에스프레소를 마실 때마다 음악인이 되기 위해 떠났던 이탈리아 유학시절이 떠오른다”며 “그곳에서 함께 공부했던 눈망울이 아름답던 일본 친구, 작은 마을의 중앙 광장과 성당, 그리고 때마다 울리던 종소리가 지금도 눈에 선하게 보이고 들려온다”고 추억에 잠겼다. 그러면서 그는 “누렇게 변색된 이탈리아 칸초네 악보를 에스프레소 한 잔의 힘으로 다시금 꺼내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며 “다시는, 아니 평생 부르지 못할 노래인 줄 알았는데, 커피 한 잔이 저를 다시 옛날로, 그리고 미래로 이끌고 있다”며 웃음지었다.
이 위원장은 현재 음악과 커피, 노래와 커피를 주제로 전국을 다니며 커피인문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니 그에게 커피는 소중한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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