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재료가 빛나는 '야키토리 키노'

마리아주처럼 닭꼬치별 찍어 먹는 소스 달라
살짝 덜 구운 안심 볏짚 훈연으로 풍미 좋아
기노영 셰프 "우리 입맛에 맞는 꼬치 구울 것"
신진호 기자 2024-07-17 10:23:17
야키토리 키노의 기노영 셰프(Chef)가 숯불 위에서 닭꼬치를 굽고 있다.

‘야키토리(焼き鳥) 키노’는 단순한 재료가 빛나는 곳이다. 서울 강동구 천호대로 강풀만화거리 인근에 자리한 이곳은 변변한 간판도, 인테리어라고 부를 것도 없는 소박하기 그지 없는 닭꼬치집이다. 좌석도 바테이블 10여석이 전부다. 하지만 닭 한 마리에서 부위별로 16가지 맛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서울 강동구 천호대로 강풀만화거리 인근에 자리한 야키토리 키노. 변변한 간판도, 인테리어라고 부를 것도 없는 소박하기 그지 없는 닭꼬치집이다.

닭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값이 싸고 낮은 칼로리와 높은 단백질로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육류다. 실제로 농업관측센터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세계 닭고기 소비량은 1억89만t에 달해, 돼지고기(1억1383만t)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레시피는 나라마다 다양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치킨이, 일본에서는 닭꼬치 오마카세(お任せ)가 있을 정도로 야키토리가 대세다. 일본에 관광 다녀온 사람들이 늘면서 야키토리 전문점도 증가 추세다. 

야키토리 키노는 1인 음식점이다. 종업원 없이 기노영 셰프(Chef)가 닭을 부위별로 해체하고 구으며 플레이팅까지 손수한다. 토종닭 해체에만 하루 평균 4시간이 걸릴 정도로 중노동이지만 기 셰프는 꼬치를 사다 쓰는 쉬운 길을 포기한지 오래다. 그는 “닭 비린내가 나는 것은 냉동닭을 해동해서 쓰고, 신선하지 않지 닭을 사용하기 때문인데 손님들은 모를 것 같지만 당일 잡은 닭과 그렇지 않은 닭의 차이를 금방 안다”며 “맛있고 신선한 것을 내줄 때 손님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다”고 말했다. 

기 셰프는 닭꼬치의 기본이 되는 타래(タレ) 소스도 직접 만든다. 그는 “간장 베이스에 닭을 해체하고 발라 낸 뼈를 넣고 파와 마늘 등 야채를 구워 같이 끓인다”며 “야채를 구웠을 때 단맛이 올라오고 풍미가 깊어진다”고 설명했다. 

야키토리 키노의 뼈없는 닭날개와 대파(왼쪽), 구운 주먹밥을 넣은 닭곰탕(가운데), 닭고기 완자. 


야키토리 키노의 특징은 꼬치마다 찍어 먹는 소스가 다르다는 점이다. 종아리살은 명이나물과 날개는 대파와 같이 먹는 식이다. 이는 와인을 마실 때 화이트는 해산물과, 레드는 스테이크와 먹으면 향미(Flavor)가 훨씬 좋듯 음식 궁합인 ‘마리아주(marriage)’와 비슷한 개념이다. 기 셰프는 “일본은 소금과 타래 소스만 찍어 먹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닭꼬치에 기름기가 많아 쉽게 물린다”며 “한국인의 입맛에 맛게 꼬치마다 소스를 변형시켜 내놓으니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아키토리 키노의 시그니쳐 메뉴는 안심과 종아리살, 다리살+대파다. 섭씨 900도까지 오르며 원적외선 방출로 속까지 골고루 익어 고기 맛도 좋아 숯만 고집하는 기 셰프는 안심꼬치를 내놓을 때는 미디엄 레어(Midium rare)로 살짝 덜 익힌 뒤 볏짚으로 훈연향을 입힌다. 그는 “안심은 조금만 더 익히면 퍽퍽해지고, 조금만 안 익혀도 먹지 못할 정도로 가장 민감한 부위”라며 “볏짚을 태워 육향의 거부감을 중화시킨다”고 말했다. 

치킨에서는 닭다리를 하나로 통칭하지만 아키토리 키노에서는 종아리살과 허벅지살로 나뉜다. 기 셰프는 “힘줄과 아킬레스건이 있는 종아리살은 부드럽지는 않지만 씹는 식감이 좋다”며 “부드러우면서 졸깃한 종아리살을 대파와 함께 크게 꼬치어 끼워 내놓으면 손님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세트 메뉴 마지막에 나오는 구운 주먹밥을 넣은 닭곰탕도 이색적이다. 주먹밥인 오니기리(おにぎり)를 녹차물에 말아 먹는 오차즈케(お茶漬け)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닭곰탕은 주먹밥을 구워 누룽지를 먹는 것과 같은 풍미를 주면서 누리내 하나 없는 깔끔한 닭곰탕을 먹는 느낌이다.

기 셰프의 롤모델은 한번도 만난적 없지만 야키토리를 정성 껏 굽던 유튜브 속 나이 지긋하신 일본 할아버지다. 그는 “롤모델처럼 닭을 해체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까지 오래도록 한국인의 입맛에 맛는 야키토리 전문점을 운영하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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