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더 곪아가는 '김상조 공정위'

지침폐기 논란... '최저임금 정당성' 말 할 자격있나
2018-10-24 11:45:23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장에서는 기자의 귀를 의심할만한 증언들이 쏟아졌다.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불리우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공정위 퇴직직원의 현직직원 접촉금지 지침을 폐기하라”는 지시를 부하직원들에게 하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게다가 이미 존재하는 지침을, 없었다고 발뺌하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이뿐이 아니다. 지침을 새롭게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뒤로는 있는 지침을 폐기시키려 했다는 증언도 등장했다.

공정위 현직 국장의 놀랄만한 폭로는 연이어 터져 나왔다. 공정위 내부 전원회의 및 소회의 회의록을 남겨야 한다는 내부지침도 폐지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하청업체들이 자신의 사건처리와 관련된 기록열람을 요청하면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이제는 아예 기록을 남기지 않겠다고 작정한 셈이다. 공정위의 불공정 심판을 주장하는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감추는 자가 범인’이라고 말한다. 국감 증언대에서 이같은 사실을 폭로했던 유선주 심판관리관은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자로 보호받고 있다.

공정위의 '재취업 대가성' 대기업 비호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불공정 하도급행위 갑질로 2차 하청업체 가진테크의 남창식 대표가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비극까지 발생했다. 기자는 지난 해 ‘나쁜 짓은 (공정위보다)금융위가 더 많이 한다’고 했던 김 위원장의 취임일성을 기억하고 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김상조 공정위의 이중성은 내부 비리문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29일 소상공인연합회 회원 1만여명 광화문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거행했다. 임금지급 능력이 안 되는데 무슨 수로 최저임금을 맞춰주느냐는 절규였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구호를 외칠 때도 경제민주화를 진두지휘하는 공정위원장은 태연하게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었다. ‘직원접촉 금지’ 지침폐기 논란은 그 중 압권이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해 11월 초 확대경제관계장관회의 석상에서 “재벌들 혼내주고 오느라 늦었다”는 말을 했다. 이를 두고 누리꾼 의견은 양 쪽으로 나뉘었다. 김 위원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혼 날일 많이 했는데 아무도 야단치지 않으니 열 받아서 그랬나보다’, ‘저런 분 아니면 누가 재벌을 혼내겠는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김 위원장의 발언을 ‘경솔한 갑질’ 이나 ‘완장질’이라고 비판하는 입장도 팽배했다. 그러나 이제는 ‘혼나야 할 사람’과 ‘혼내야 할 사람’이 명확해졌다. ‘재벌저격수’라 불리우던 사람이 사실은 ‘재벌BTS(방탄소년단)’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개혁쇼’로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명분을 잃어버렸다. 핵심 악법조항인 환산보증금을 그대로 유지한 채 국회를 통과한 상가임대차법은 말할 것도 없다. 카드수수료의 공정성을 요구하며 풍찬노숙 농성을 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무슨 낯으로 최저임금의 정당성을 역설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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