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충전 인프라 시장이 달궈지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별로 자사 전용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충전소로 변신하는 기존 주유소도 늘고 있다. 전기차 급증에도 충전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접근성이 좋은 기존 주유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작년 말까지 전국 전시장과 서비스센터에 총 100여 기의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했다. 아우디코리아도 지난해 7월 e-트론 55 콰트로 출시 당시 발표한대로 현재까지 전국 41개 전시장과 서비스센터에 총 35개의 아우디 전용 150㎾ 급속 충전기를 설치한 상태다. 지난해 1만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테슬라는 전용 충전 시설인 수퍼차저를 기존 33곳에서 60곳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국내 브랜드에선 현대차가 올해 전국 고속도로와 도심 거점 20개소에 총 120기의 초급속 충전기 '하이차저'를 설치할 예정이다. 하이차저는 현대차가 지난 2019년 선보인 350㎾급 고출력·고효율 충전기다.
전기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고 충전소 부족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흐름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100대당 개인·공용 충전기 수는 지난해 8월 기준 50.1기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완성차업계의 충전소 설치가 자사 브랜드에 맞춰진 상황에서 기존 주유소의 충전소 변신은 더욱 주목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주유소로 쓰이는 곳에 전기차 충전기 146개와 수소전기연료 충전기 3개가 설치됐다. 완성차와 손잡고 충전소 사업에 뛰어드는 곳도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 1월 현대차와 함께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의 전기차 전용 충전소 '길동 채움'을 조성했다. GS칼텍스도 기아와 협력해 초급속 충전 인프라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먼저 수도권 GS칼텍스 주유소 4곳에 8대의 충전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기아는 이달 첫 전용 전기차 EV6를 공개할 예정이다.
기존 주유소업계가 시장 포화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 충전 시장이 새로운 기회로 떠오른 모습이다. 증시의 한 관계자는 “내연기관이든 전기차든 보편화를 위해선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며 “부지가 넉넉한 기존 주유소 공간을 활용해 충전소를 구축하는 방안이 인프라 구축 비용과 전기차 확산에서 더욱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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