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식자재유통업에 종사하는 중소상인들로 구성된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전유협)가 지난 10월26일 온라인플랫폼(온플)의 시장침탈을 막아달라며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에 중소기업적합업종(적합업종) 신청서를 접수했다. 앞선 8월 전유협은 강서구의 7개 전통시장 상인회를 비롯한 골목상권 상인단체와 연대해 ‘마곡복합쇼핑몰입점저지비대위’를 발족시키기도 했다. 골목상권 몰락을 불러오는 대형온플과 복합쇼핑몰에 대한 해법은 없는지 전유협 배재홍 총괄본부장을 만나 봤다.
-전유협은 어떤 단체인가?
“2010년에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탈에 맞서 투쟁했던 분들이 전국에서 결합되면서 전국유통상인연합회가 탄생했다. 대부분 도매업을 하시는 분들로, 소매업체(동네수퍼나 마트, 구멍가게)이 사라지면 납품처가 없어지게 된다. 그래서 전국의 유통도매상들이 나서게 됐다. 지난 2017년에 사단법인으로의 인가 등록을 마치고 체계적인 운동체재를 갖추게 됐다.”
-식자재납품업으로 적합업종을 신청했는데
“한국표준산업분류표 상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도매업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간단하게 식자재납품업이라고 칭한다. 전유협 명의로 쿠팡과 배민, GS리테일 등 대기업의 시장침탈을 막아달라고 동반위에 신청했다.”
-온라인플랫폼이나 대형유통기업뿐 아니라 CJ와 LG, 오뚜기, 동원 등 제조사도 온라인 직접 판매를 하지 않는가?
“제조사의 직접 판매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고 쿠팡과 배민 등 온라인플랫폼으로 많이 쏠려 있다. 특히 쿠팡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제조사에 대해 심하게 압박하기 때문에 온라인 직접 판매가 쉽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오죽하면 LG생활건강같은 재벌사가 쿠팡에게 갑질을 당했다고 공정위에 신고까지 했겠나? 쿠팡은 구매력을 무기로 제조사를 압박하고 있고 제조사의 직접 판매 비중이 낮다보니 쿠팡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 가고 있다. 오프라인 중소유통망과 연대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쿠팡에 종속되어 있는 형편이라 쉽지 않다. 최근에는 제조사들이 오프라인 유통망(대리점)을 축소시키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제조사 쿠팡이나 배민 등 온라인플랫폼 대기업에 대한 종속관계가 가속화되면서 공고히 할 뿐이다.”
-온라인플랫폼에 대한 소비자와 상인들의 시각이 많이 다른데
“쿠팡은 다이나믹 프라이싱을 도입해 최저가 판매를 이어간다.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유통과정에서 마진이 불어나기 때문에 유통과정이 축소된 직거래형태로 가는 것을 선호하고, 이런 방법은 온라인 판매뿐이다. 배송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중간 과정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지금껏 제조사들이 대리점을 뒀던 것은 제조사가 유통과정에 자금을 투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유통업 종사자들이 자금과 인력을 투입해 업종을 발전?유지시켜왔는데 온라인플랫폼이 시장을 침탈하면서 수십만명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환경변화에 따른 상인들의 육성정책이 나와야 한다.”
-일자리 창출은 어떤가?
“식자재마트 한곳의 고용인원이 평균 42명이다. 전국적으로 40만명이 식자재마트업에 고용되어 있다는 얘기다. 골목상권 수퍼마켓까지 더해지면 100만명이 넘게 된다. 온라인플랫폼이 식자재마트 등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 말이 혁신이지 남의 일자리 빼앗아 자신의 배를 불리는 것은 혁신이라고 말할 수 없다. 쿠팡이나 배민은 전 국민의 배달노동자화를 획책하고 있는 것 같다.”
-적합업종에 지정되면 형편이 나아지겠는가?
“유통환경이 바뀌면서 자연적으로 사라지는 업종은 어쩔 수 없으나 자신의 영역에서 자생력을 가지고 있고 영유해온 분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적합업종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위해 만든 법이지만 그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적합업종에 지정되고 3년 지나서 1회 연장할 수 있다. 그 기간(최장 6년)동안 중소상인들의 자생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정책적인 지원이 없으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거의 없다. 근본적으로 업종을 보호할 수 있게끔 장벽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법으로는 플랫폼에 대한 유일한 규제방안이 적합업종뿐이다. 장기적으로 환경변화에 따른 상인들의 육성정책이 나와야 한다.”
-복합쇼핑몰 얘기를 해 보자
“2014년에 58곳이 운영 중었는데 2020년에 153곳으로 늘어났다. 규제의 사각지대를 틈타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을 통해 입점을 규제하려 했는데 휴업일과 영업시간에 대한 규제로만 초점이 모일 뿐 입점에 대한 규제는 논의조차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규제가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반박이 많다
“재벌들이 지나친 규제라고 반대하면서 내미는 연구 결과물들은 한 쪽으로 치우친 것들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에 신용카드 매출전표만 분석해서 전통시장에 영향이 없다고 주장한다. 전통시장의 신용카드 매출액 비중은 10%가 채 안 된다. 전통시장이 카드를 받기 시작한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고 카드 이용빈도 자체가 쇼핑몰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순비교하면 안 된다. 전형적인 자본의 논리다. 대형마트나 복합 쇼핑몰의 의무휴업을 주장하는 이유는 중소상인 보호도 있지만 유통시설 근로자들의 휴식권도 달려 있는 문제이다. 스타필드에 입점해 1년 동안 하루도 못 쉬고 매출압박에 시달리던 ‘아가방’의 입점주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도 있었다. 그리고 대형 쇼핑몰을 운영하려면 시설 점검을 해야 하는데 연중무휴로 24시간 문을 열어놓고 있으면 소비자 안전을 위한 시설점검과 유지보수할 시간 확보가 불가능하다. 근로자들도 다른 노동자와 같이 일요일에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권리를 지켜줄 필요가 있다. 대형쇼핑몰의 규제는 특정계층의 문제가 아닌 복합적인 문제이다. 의무 휴업일을 일요일로 정해도 전통시장 유입이 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근로자와 상인 등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있기 때문에 단순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지난 8월 ‘마곡원웨스트몰’ 입점저지를 위한 강서구 복합쇼핑몰입점저지비대위를 발족했는데
“마곡동 인근의 전통시장은 김포공항에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매출액이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서 그나마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시장 자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공항시장역(9호선)이라는 역명만 남고 역명의 주체인 공항시장이 없어진 것이다. 그런 걸 지켜봤던 상인들이다. 강서구에서만 복합쇼핑몰이 3개가 생길 예정이다. 관내에 위치한 7개 전통시장 상인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다.”
-주민들은 쇼핑몰 입점을 호재라고 반기고 있는데
“부동산 소유자에게는 자산 가치 상승효과가 있겠지만 부동산을 팔아야 실제 수익이 생기는 것이다. 부동산 가치만 올라가서 세금만 더 낼 뿐이다. 편리한 쇼핑생활을 할 수 있는 문화적 문제로 볼 수 있지만 생계를 잃게 되는 상인의 입장을 생각해보라. 남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임에도 자신의 편리만 강조한다면 이기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착한 소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 독점이 형성되면 소비자들은 공급자가 부르는 대로 비용을 치루는 결과를 맞을 수밖에 없다. 동네약국이 없어지면 밤에 치통이 발생해도 대형병원에 가야 한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없애는 결과가 나온다. 당장 먹기는 곶감이 달지 모르지만 결국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것이다.”
-상인들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정책입안자들이 상인들과 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 대부분의 상인이 나이 들고 업종전환 어렵고 일손 놓을 수는 없고 변화를 따라갈 역량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어쩔 수 없이 현실에 안주할 수밖에 없는 상인도 있지만 극복하려는 의지를 가진 상인도 많다. 그러나 대기업의 침범속도가 너무 빨라 상인들이 감당해내기 어렵다. 상인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다. 정부 담당부서나 국회에서 상인들과의 소통을 통한 정책개발을 해야 하는데 선거 때 말고는 신경도 안 써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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