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공과(功過)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부동산 정책만큼은 실패로 봐야할 것 같다.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수도권, 그리고 지방의 집값이 덩달아 오르면서 ‘현실 세계에서는 집을 사기에는 끝’이라는 젊은 세대의 절망감이 이번 대선 투표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몰렸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공급을 외면한 채 세금으로 부동산 문제를 풀려고 하면서 중도층마저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는 평가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같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잡고, 실제 현장에 적용할 참모와 각료 인사가 문제였다. 부동산 비전문가인 김현미 장관은 3년 6개월간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 기록을 세웠지만 집 없는 사람은 내 집 마련 희망이 꺾여 절망했고, 집 가진 이들은 과도한 세금과 적폐 취급에 분노했다.
윤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부동산 시장 기능을 복원하고, 집값을 안정시킬 최적의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둘째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시장에 맡겨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26차례나 대책을 발표하며 집값 잡기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실패 원인은 정부가 시장에 너무 많이 개입한 탓이다. 문재인 정부는 초기부터 서울 전역 분양권 전매금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 금융규제 강화 등 각종 규제책을 쏟아내면서 민간 분양가 상한제 부활, 종부세와 취득세를 끌어올렸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대표적인 공급정책인 도심복합사업은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가시화된 곳은 겨우 9곳에 불과하다. 주된 원인은 공공이 주도하다 보니 민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반면 서울시가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은 시장 반응이 뜨겁다. 민간이 주도하고 사업 초기에 공공이 개입해 사업 속도를 높여준다는 점이 시장에서 통했기 때문이다. 공급도 공공이 주도하면 삐걱거린다. 부동산을 시장에 맡겨야 하는 이유다.
셋째 획기적으로 세제개편을 해야 한다. 1주택자와 다주택자를 막론하고 세금이 완화되지 않으면 집값을 잡기는 어렵다. 보유세 과세 기준이 되는 오는 6월 이전에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게 하기 위해서는 양도세 감면 공약에 대한 조기 시행이 필요하다. 시행령 개정을 통한 한시적 완화라도 곧바로 추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종부세와 취득세도 형평에 맞는 세제 개편이 절실하다.
넷째 불합리한 규제를 손봐야 한다. 먼저 시장 안정을 위해 분양가 상한제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 책정은 공급 속도를 늦추는 대표적인 반시장정책이다. 도심 공급은 결국 민간 정비가 핵심이다. 단순히 낡은 집을 다시 지어 살려고 하는 1주택자에게도 예외없이 부과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같은 규제를 당장 풀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청년층 등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해 질적 공급확대도 필요하다. 양적 공급만이 우선이 아닌 질적 공급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현재 청년층을 위한 정책들은 표면적인 공급 목표치를 채우는 식으로 이뤄져 원룸 형태의 주택 공급이 많았다. 청년층을 1인 가구로 전제해 주택을 공급하기보다 결혼-출산-육아로 이어지는 청년의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개념으로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김보수 중견기업연구원 부원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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