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한 상품을 개봉하는 언박싱(Unboxing)은 언제나 마음이 설렌다. 더욱이 해외에서 들어온 상품이라면 설렘이 배가(倍加)된다.
이번에 언박싱한 커피는 멕시코 베라크루즈(Veracuruz) 파티마(Fatima) 농장에서 유기농으로 생산한 가르니카 내추럴(Garnica Natural). 국내에 소개된 적이 거의 없는 만큼 비행기로 특별히(?) 모셨다. 파티마 농장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유럽에 원두를 수출하면서 바람으로만 항해하는 범선(帆船)을 띄울 정도로 환경 보호에 열정적이다.
가르니카는 멕시코 커피연구소(Instituto Mexicano del Café)에서 1960년 문도 노보(Mudo Novo)와 카투라(Catura)를 교배해 농가에 보급한 품종이다. 가르니카 나무는 중간 크기로 수확량이 많아 베라크루즈에서 커피생산의 5%를 차지할 만큼 흔하지만 멕시코 다른 주에서는 잘 재배하지 않는다고 한다. 문도 노보는 브라질에서 티피카(Typica)와 버번(Bourbon)을 교배한 품종이고, 버번에서 돌연변이한 카투라는 브라질 미나스 게라이스(Minas Gerais) 주(洲)에서 1915~1918년 발견됐다.
밀봉 포장된 자루를 열자 가르니카 생두의 꽃(Floral)과 과일(Fruity) 향이 서울 가산동 커피비평가협회 교육훈련센터에 퍼졌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잘 숙성된 와인(Winey) 향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아로마(Aroma)가 좋았다. 더욱이 생두 자루에서 2m쯤 떨어진 곳까지 복합미가 풍부한 아로마가 퍼질 정도로 가르시아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로스팅을 한 뒤 테이스팅에 들어갔다. 먼저 분쇄한 뒤 향기를 맡아 보았다. 달콤한 아니스(Anise)에 이어 초콜릿, 꽃, 파인애플 향이 코를 자극했다. 테이스팅을 하기 전 아로마에 압도될 정도였다.
핸드드립 후 가르시아를 천천히 음미했다. 초콜릿과 아몬드, 장미에 이어 파인애플, 구아바(Guava), 허니(꿀) 맛이 났다. 오렌지의 기분 좋은 산미(Acidity)도 느낄 수 있었다. 커피가 조금 식은 뒤 마시 자 입안에 잼을 먹은 듯(Jamlike) 한 단맛이 밸 정도로 감미로웠다. 로스팅한지 얼마 안 돼 가스가 완전히 빠져 나기지 않은 상태인데도 이 정도 향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테이스팅에 같이 참여한 커피비평가협회 박영순 회장은 “캐모마일(Chamomile·국화)과 망고, 베리류(Berry), 감귤류의 시트러스(Citrus) 과일 맛이 난다”며 “가르니카는 미소된장과 같은 깊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장류의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테이스팅은 로스팅한 지 3일 후인 지난 28일 이루어졌다. 가스가 많이 빠져나갔는지 차분한 느낌이 들었다.
10점 만점의 테이스팅 기록지에 점수를 기록했다.
Aroma 7, Floral 7, Fruit 7, Sour 1, Nutty 7, Toast 7, Burnt 1, Earth 1, Acidity 7, Body 7, Texture 7, Flavor 8, Aftertaste 8, Astringency 1, Redual 1, Soft Swallowing 7, Sweetness 7, Bitterness 1, Balance 7, Defect None(없음).
세 번째 테이스팅은 30일 진행했다. 핸드 드립으로 커피를 내리는데 불과 5분도 안 되는 사이에 사무실에는 꽃과 과일의 향긋한 향기가 퍼져 깜짝 놀랐다. 원두를 그라인더에 넣고 10g이 남은 봉투를 밀봉한다는 것을 깜박 잊었는데, 그 사이에 향기가 퍼진 것이다.
테이스팅 평가는 첫 번째와 두 번째 것과 유사하지만 이날 플레이버 휠(Flavor Wheel)에 기록되지 않은 고소한 맛이 코를 더욱 자극했다. 그 향기는 뻥튀기의 구수함에 이어 참기름의 고소함으로 이어졌다.
가르니카는 두가지 색을 지녔다. 꽃이 만발한 한낮의 정원 속 밝고 경쾌한 분홍(Pink)과 해질녘 바닷가에 바라보는 노을(Red). 그것은 가르니카를 처음 마실때 발람함을 느끼고, 시간이 지나 커피의 온도가 살짝 낮아졌을 때는 와인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르니카를 마시면서 몇 년 전 가족과 함께 한 대만 여행이 떠올랐다. 망고가 듬뿍 들어간 몬스터빙수를 먹으면서 느꼈던 행복감과 호텔 주변에 잠깐 서는 새벽시장에서 산 망고와 바나나, 파인애플 등 열대 과일을 마음껏 먹었던 기억들이 추억 속에서 소환됐다. 그래서 커피는 행복이다.
신진호 커피비평가협회(CCA) 테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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