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빨라지면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달 23일 허희수 부사장을 피고소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했다. 같은달 30일엔 허영인 회장도 소환했다. 앞서 SPC 계열사 샤니 소액주주들은 배임 혐의로 허희수 부사장을 고발했다. 샤니가 보유하고 있던 '밀다원'의 주식을 저가에 SPC삼립에 팔아 샤니에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검찰은 허 부사장 등을 상대로 SPC 계열사인 밀다원의 지분을 삼립에 넘긴 과정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공정위는 2020년 SPC 계열사들이 삼립을 장기간 부당 지원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647억원을 부과하고 경영진과 오너일가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당시 샤니가 밀다원 주식을 정상가 기준 404원보다 낮은 주당 255원에 넘겨 삼립에 20억원 가량의 이익을 안겨준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오너일가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삼립에 이익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이처럼 배임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삼립 통행세' 의혹에 대한 수사결론도 주목된다. 공정위는 SPC삼립이 밀가루, 계란, 생크림 등을 생산하는 8개 생산계열사를 상대로 부당하게 '통행세'를 거둬들였다고 보고 있다. 통행세는 거래 과정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계열사를 중간에 끼워 넣어 수수료를 챙기는 행위로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에 해당한다. SPC가 통행세를 통해 총수 일가 회사에 의도적으로 이익을 몰아줬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인다.
다만 현재 '통행세' 의혹에 대해서는 다양한 물음표가 존재한다. 공정위가 기준을 삼은 정상가격 404원은 2012년 12월 31일 기준의 평가액이고, 실제 주식 양도가 이뤄진 시점은 2012년 12월 28일이기 때문이다. 양도 이전 시점의 기준을 근거로 제시하는데 과연 맞느냐는 것이다.
당시 밀다원의 주주구성도 다른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당시 밀다원의 주요 주주는 오너일가 지분 100%인 비상장사 파리크라상(45.4%), 샤니(21.7%), 오너일가 개인 지분(13.2%) 등이다. 이런 지분구도에서 정말로 밀다원이 주식을 저가로 양도해 회사에 피해를 줬다면 오너일가 스스로에게 손해를 끼친 꼴이 될 수 있는데 이는 승계를 위해 '통행세' 부당지원을 했다는 공정위의 주장과 모순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손해를 본 사람이 처벌 받게 되는 것이 아니냐"며 SPC 측이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관련 SPC와 공정거래위원회간 행정 소송 결론은 주목된다. 최근 열린 재판에서 공정위는 법원이 제기한 "SPC의 위법 동기를 입증하라", 즉 삼립 지원이 2세 승계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행세를 통한 수혜자중 하나로 거론되는 허 부사장은 공정위 고발대상에서도 빠졌다.
SPC 측은 "삼립이 밀다원, 에그팜 등 생산 기능만 있는 계열사들을 대신해 연구개발, 품질개선, 생산계획, 재고관리, 물류 등 수많은 기능을 수행했으며, 이는 효율성 제고를 위한 경영적 판단"이라며 "가치 산정도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적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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