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쓰레기 소각장 건립 두고 갈등 고조

손훈모 “백지화하고 산단, 주암, 왕조동 매립장에 설치해야”
순천시 "새로운 주민갈등 유발로 시민 분열시키는 일" 우려
장봉현 기자 2023-11-27 16:47:49
순천시가 2030년 쓰레기 직매립 금지 시행을 앞두고 ‘연향들 친환경 차세대 공공 자원화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시되는 손훈모 변호사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면 백지화하고 왕조동 매립장에 소각장을 설치해야 주장하고 있다. 사진=손훈모 변호사 페이스북

전남 순천시가 2030년 쓰레기 직매립 금지 시행을 앞두고 ‘연향들 친환경 차세대 공공 자원화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시되는 정치인이 전면 백지화하고 왕조동 매립장에 소각장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27일 순천시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기본사회위원회 전남 부위원장인 손훈모 변호사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순천시가 백년지대계가 걸린 연향들 쓰레기소각장 입지선정 결정 고시를 강행할 경우 집단 행정소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순천시 공공 자원화 시설 입지에 대한 문제를 주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손 변호사는 지난 23일에는 전남CBS 라디오 ‘시사의 창’에 출연해 “연향들에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순천시가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절차가 전혀 없었다”며 “순천시는 입지선정위원회에, 입지위는 순천시에 책임을 넘기는 형국이다”고 주장했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2030년부터 생활 쓰레기 직매립 금지가 전국으로 확대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손 변호사는 “법정 시한이 있다는 것만으로 순천시가 밀어붙이면 안 된다”며 “2030년까지 정해진 시한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지는 의문이고, 중부권과 수도권은 2026년까지 하라고 하는데도 거의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지역을 비교해보면 아니다”며 “시의 입장만 시민들에게 강요하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절차적 문제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순천시가 추진하는 연향들이 아닌 왕조동 매립장 등에 소각장을 설치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손 변호사는 “그 대안으로 우선 백지화하고 시민들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며 “장소는 노관규 순천시장이 지난 선거 후보 때 약속한 산업단지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암자원순환센터 개량, 확대, 왕조동 매립장 활용도 제시했다.

그는 “주암자원순환센터를 개량, 확대하면 충분한 처리시설이 된다”며 “왕조동에 거대한 매립장 있는데 50년 동안 매립해서 침전수가 지하수를 지속적으로 오염되고 있어 꺼내서 태워야 하는데 이곳에 묻힌 쓰레기 소화하면서 새로운 쓰레기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순천시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억지 주장’이란 비판이 커지고 있다. 

밀실 추진이라는 주장에 순천시는 지난해 10월 순천시 폐기물처리시설 입지선정 계획 결정·공고 이후 보도자료를 통한 언론홍보, 현수막 게첩, 입지선정위원회의 활동 및 입지지 선정 과정에서 2000여건의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등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 왔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순천시는 지역 내 입지 후보 지역 259곳에 대해 법적 배제기준 및 정량적 평가 기준 적용 등을 거쳐 최적 입지 후보 지역으로 연향들을 도출했다. 

평가는 주민 수용성, 시설 접근성, 공사 용이성, 주민 이용성, 경관 조망성, 에너지 활용, 방해물 이전, 장래 부지 확장성 등 8개 항목으로 이뤄졌다.

2030년 직매립 문제에 대해서도 수도권은 소각시설 설치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된 경우 소각시설의 규모와 설치기간 등을 고려해 환경부 장관이 1년의 범위에서 시행을 유예할 수 있도록 했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지난 8월 수도권(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8개시)에 지자체장 임기가 끝나기 전 소각장 신설을 마무리하라는 공문을 보냈고,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지방에서도 소각시설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손 변호사가 대안으로 제시한 지역은 현실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혔다.

주암자원순환센터는 2029년 6월 운영이 만료 예정으로 순천시의 신규 폐기물처리 시설이 꼭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현재 왕지매립장의 매립률은 95%, 주암자원순환센터 매립률이 98%로 신규 폐기물처리 시설을 설치하지 못하는 경우 쓰레기 대란은 막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산단의 경우 민선 8기 시작과 함께 생활폐기물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 에너지에 대한 새로운 거점으로 산단 내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하고자 전남 동부권 4개 시․군(순천․여수․광양․구례) 광역화 실무협의 추진했으나 협의 과정에서 여수시와 광양시는 자체 처리시설 설치계획을 수립함에 따라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왕지와 주암은 매립장의 포화로 신규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할 부지가 없고, 입지선정위원회에서 평가가 된 지역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손훈모 변호사가 제시한 대안은 폐기물처리 문제 해결을 위해 이미 순천시가 검토 과정을 거쳤다”라며 “왕지매립장 인근 부지를 다시 거론하는 것은 행정력 낭비는 물론이고 새로운 주민갈등 유발로 시민을 분열시키는 일로,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를 위한 주민투표 주장에 대해서도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는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치단체의 주요결정에 해당하지만 주민투표법 제7조 제2항에 따르면 다른 법률에 의해 주민대표가 직접 의사결정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공공시설의 설치에 관한 사항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다”며 “이는 공공자원화시설 설치사항은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언젠가는 꼭 추진해야 할 사업이고, 소각장을 혐오 시설로 인식하는 지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인데 정쟁으로 활용하는 듯한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정치권에서 굳이 연향들 소각 문제로 지역을 분열시킬 필요가 있는지 아쉬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이어 “철저히 순천의 미래 관점에서 접근돼야 할 사업이 일부 정치권에 의해 좌우될 조짐이 보인다”며 “인근 광주는 5개 자치구에서 친환경 소각시설 유치 경쟁을 할 정도로 인기시설이라는데 순천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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