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 "119에 신고를 했는데 관계 당국이 늑장 대응"
소방당국 "화재 아닌 배관교체 중 연기만 난다고 신고"
시민단체 "세아의 은폐 시도, 부실한 행정 대응의 인재"
장봉현 기자2024-06-13 16:42:24
지난 7일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세아M&S의 가스 누출 사고를 두고 늑장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 정치권에서는 “회사의 은폐 시도와 평소 화학물질 사고대응 행정의 부실함이 가져온 인재”라며 업체와 관계 기관의 부실대응을 비난했다.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7일 오전 2시 40분께다. 당시 사고는 사업장 내 배관 교체 작업을 하던 중 가스가 역류해 누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누출된 가스는 역사상 최악의 환경 사고로 기록된 런던 스모그 사건 원인 물질인 이산화황이다. 노출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해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누출 사고가 발생했지만 사고 발생 3시간 30분이 지난 후에야 해당 지자체에 통보됐다는 점이다. 사고 당시 세아M&S는 119에 신고를 했는데 관계 당국이 늑장 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실제 업체 측은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 24분이 지난 4시 4분 119를 통해 전남소방본부 상황실에 사고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일선 소방서와 주민대피 책임이 있는 지자체에 알려야 하지만 3시간 30분이 지난 오전 6시 1분에 전달했다.
이때까지도 여수시와 여수소방서는 전혀 모르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여수화학재난합동센터와 여수시재난안전상황실도 이날 오전 6시 5분께 소방서로부터 전달을 받고서야 상황을 인지했다.
여수시와 관계 당국은 상황을 전달받고 6시 44분께 위기 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현장 통제를 실시했다. 인근 마을 주민들이 사고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건 가스가 누출된 지 한 참 지난 오전 7시 14분께다. 사고가 발생한 세아M&S 인근에는 직선 거리로 2.5~ 3㎞ 이내에 여수 도성마을, 소라면 대포마을, 주삼동, 해산마을, 고막마을 등이 있다.
초기 대응이 늦어진 배경에는 업체 측의 정확한 상황보고가 이뤄지지 않았고, 소방 당국은 화학물질 누출이 아닌 작업 중 단순 화재로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소방본부 관계자는 13일 “새벽 4시 4분 업체로부터 신고를 받았는데, 화재가 아니라 배관교체 작업 중 연기만 난다고 했다”며 “단순한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보니까 위험물(이산화황)이 누출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세아M&S가 신고를 하긴 했지만 사고 발생 1시간 24분이 지난 후였고 가스(이산화황)이 누출된다는 등의 정확한 상황설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부적절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전남건생지사, 민주노총여수시지부, 여수YMCA, 여수환경운동연합 등 4개 단체는 13일 성명을 내고 “이산화황은 독성물질이자 유해화학물질로서 사고 발생 즉시 15분 안에 지자체와 관리‧감독기관에 먼저 신고해야 함에도 회사는 사고 은폐를 했다”며 “이로 인해 시민들과 인근 기업의 노동자 4000여명이 5시간이 넘어서 대피하고, 84명의 노동자가 병원 진료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여수국가산단은 기업과 여수시, 환경부의 화학사고에 대한 초기대응이 미흡하고 화학사고 대비체계 등이 부실함을 알 수 있다”며 “유해화학물질 누출 사고를 은폐한 세아엠앤에스 대표를 엄벌에 처하고 사고의 원인과 과정·재발방지대책 등을 민관합동조사를 통해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지역 정치권도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여수시의회 이석주 의원은 “여수시는 전체 시민들에게 고지를 하지 않았고, 여수산단 사고의 매뉴얼(지침서) 대로 체계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여수산단의 안전 강화와 노동자·시민의 건강 보호를 위해 종합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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