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 의대 설립 놓고 지역 사회 분열 가열

삭발하며 전남도 의대 공모 반대 외친 순천시‧도의원들 돌연 입장 번복
한목소리 내던 지역사회 ‘동부권 의대 설립 불투명’ 우려 목소리 높아
장봉현 기자 2024-08-20 18:21:58
삭발까지 하며 순천대학교의 전남도 주관 의대 공모 불참을 주장하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일부 순천시·도의원들이 돌연 입장을 바꿔 의대 공모 참여를 촉구하고 했다. 20일 순천을 지역구로 둔 전남도의원 6명과 순천시의원 9명이 순천대 정문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의 뒤에는 '도지사는 동부서부 지역 분열, 김문수는 순천시민 분열 조장'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독자 제공.

삭발까지 하며 순천대학교의 전남도 주관 의대 공모 불참을 주장하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일부 순천시·도의원들이 돌연 입장을 바꿔 의대 공모 참여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동안 순천대 단독 공모에 한 목소리를 내왔던 지역사회는 손바닥 뒤집듯 하는 이들의 행태에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순천을 비롯한 여수, 광양, 고흥, 구례 등 지역사회가 순천대 의대 설립을 요구해 온 상황에서 이들의 입장 번복은 지역사회 분열과 의대 설립 전망까지 어둡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순천을 지역구로 둔 전남도의원 6명과 순천시의원 9명은 20일 오전 순천대 정문 앞에서 성명을 내고 “순천대가 전남도 공모에 참여하지 않으면 의대 유치는 사실상 불가능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입장은 지역구 위원장인 김문수 (더불어민주당·순천광양곡성구례갑) 의원과 같은 내용이다.

의원들은 “동부권을 위해 순천대 의대 유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면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순천 민주당 당원과 도의원, 시의원들은 순천대가 전남도 공모에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공모 참여가 반드시 단독 의대 선정을 위한 참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용역기관도 설립 방식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의견 청취 등 도민 여론 수렴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날 성명에는 순천 지역구 전남도의회 김진남·신민호·한춘옥·정영균·서동욱·김정희 의원 6명과 순천시의회 오행숙·김미연·이영란·신정란·장경순·정광현·서선란·김태훈·장경원 등 9명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 발표 후 이병운 순천대 총장을 만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앞서 김문수 의원은 최근 자신의 SNS와 보도자료를 통해 순천대의 전남도 주관 의대 공모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정부는 전남지역 의견이 통합된 형태로 수렴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전남도가 주관하는 공모 절차가 가장 신속한 지역사회 의견수렴 과정인 만큼, 순천대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 기회를 놓친다면 의대 유치에서 완전히 배제될 위험이 크다”며 “공모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전남도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김문수 의원과 해당 지역구 의원들은 그동안 전남도 주관 의대 공모에 반대 목소리를 내 왔다는 것이다. 

전남 동부권을 지역구로 둔 권향엽·조계원·주철현 의원은 지난 6월 5일 김문수 의원의 주도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순천대 의과대학 신설 촉구와 전남도의 의대 선정을 위한 공모방식에 대해서 비판했다.

지난 5월 21일에는 정영균 전남도의원이 도정질의에서 전남도가 의대 공모 방침에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권한도 없이 불법 완장을 차고 있다며 권한없는 행정 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5월 31일에는 김진남 전남도의원이 순천대 의대 유치촉구 천막농성 출정식에서 삭발을 통해 공모 강행에 강력 반발했다. 6월 3일에는 서선란 순천시의원이 전남 의대공모 중단과 순천대 의대 유치 촉구 삭발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남지역 국립 의대 설립과 관련해 정부는 여전히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고, 전남도의 공모 방식 등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입장 번복으로 인한 단일대오가 흐트러지면서 동부권 의대유치 전망이 어두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한 방송에 출연해 “김문수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은 얼마 전까지 합심해서 하자고 했는데 입장을 바꿨다”며 “본인이 새로운 생각의 변화가 있었으면 대외적으로 밝히기 전에 순천대, 순천시와 상의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굉장히 잘못된 행태이자, 지역사회 혼란을 어떻게 감당하겠냐”며 “객관적인 상황 변화도 없고,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음에도 지역사회를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뜨린 것이 전남도가 아니고 순천지역 국회의원이라는 점이 황당하다”고 비난했다. 

권향엽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순천광양곡성구례을)도 “순천대의 독자 신청 가능성이 여전하다”며 “연구 용역은 객관적으로 의뢰 발주하는 주체의 의사와 반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고 설명하면서 전남도 공모가 불공정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

한편, 순천대와 순천시는 국립의대 설립 정부 추천 대학 선정을 위한 전남도 공모에 여전히 불참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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