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언급하며 연내 금리인상을 공식화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가로 정상 생활 복귀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발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부채 부실화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부채는 1765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5% 증가했다. 명목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104.7%로 전년동기대비 9.1%p 상승했다. 가계신용은 금융사 대출에 카드 할부 등의 판매신용을 더해 집계된다. 가계대출에서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도 지난해 4분기 대비 14조2000억원 증가했다.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지난해 고신용자대출 증가 비율도 21%로 11%였던 이전에 비해 크게 올랐다. 주택대출 증가에 주식, 코인 등 투자시장에 대출을 받아 뛰어드는 '빚투' 열풍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연체율도 올라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말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30%로 전월 말(0.28%)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규연체 발생액(1조1000억원)은 전월대비 2000억원 늘었다.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모두 연체율이 각각 0.03%포인트와 0.01%포인트 올라갔다.
무엇보다 가계 소득이 부채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지난해 국민계정의 가계 및 비영리 단체 순처분가능소득으로 자금순환 상 부채를 나눈 결과에 따르면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전년 대비 12.5%p 높아진 200.7%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10년 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코로나 사태로 전년 대비 소득 증가폭이 2.3%에 머문 반면에 부채는 9.2%나 늘어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20~30대 청년층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높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조사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연령대별 소득대비 부채비율(LTI)의 전년대비 상승 폭은 30대가 23.9%포인트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빚을 제대로 못갚는 가구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오는 10월에는 시중은행의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 이자상환 유예 등 조치도 종료된다. 특히 ‘빚투’, ‘영끌’ 투자가 횡횡하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유동성 회수 조치로 투자시장이 흔들릴 경우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 이자부담 증가에 투자손실까지 겹치는 경우다. 한은 역시 최근 ‘금융 안정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 이후 금리가 올라가는 등 경제 상황이 급변하면 과도한 부채로 부풀어 오른 부동산·주식 시장의 ‘거품’이 무너지며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 1분기 한국의 금융취약성지수(FVI)는 58.9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73.6)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보다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예상되는 신용위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소득별 대출 한도 제한과 대출 총량 관리 등을 지금 보다 더욱 강화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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