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분기 중국의 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7.9%로 집계되었다. 18.3% 성장률을 보인 1분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당초 대내외 전문가들은 중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은 8.0%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내 일부 금융기관은 8% 후반대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 예측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빗나가고 말았다.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8월에도 하락세는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에서 나온 ‘중국경제 회복세 둔화에 대한 평가와 전망’에 따르면 7월 중국의 생산, 투자, 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가 전월 및 예상보다 크게 부진하다고 말한다. 8월 제조업 PMI도 50.1로 지난 3월(51.9) 이후 5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어 경기 회복세에 대한 둔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기저효과로 반짝 성장한 1분기 이후 성장 동력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최근 성장률 둔화의 원인에 대해서는 대체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의 재확산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 등이 지목되고 있다. 언급한 3가지 원인 중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재확산은 세계 각국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다. 그리고 원자재 가격 상승은 경기 사이클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구조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중국의 특수한 정치·경제 상황과 맞물려 있어 유심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개방정책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30여 년 동안 중국경제는 고도성장을 기록했다. 2010년에는 일본 경제를 추월했으며, 2026~2030년 사이에는 GDP 기준으로 미국마저 넘어선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와 비교하면 중국의 성장이 더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었던 중국의 GDP와 수출 규모가 2020년에는 각각 9배, 5배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자 세계 최대의 수출 대국으로 성장한 것이다.
중국 경제가 이처럼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원인은 정부의 효율적인 시장경제 관리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은 사회주의 정치체제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가 공존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면서 이 체제의 단점 중 하나인 ‘시장의 무정부성’을 정부가 직접 나서 혼란을 정리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정부가 판을 깔아준 토대위에서 시장경제가 꽃을 피우는 상황이 역설적이지만 가장 효율적인 자본주의적 성장정책이 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치체제와 시장경제의 조화에 균열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기존의 질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본주의적 경제 요소가 안착하기를 바라겠지만, 경제(혹은 기업)는 무한한 확장성으로 인해 일정한 규모로 성장하면 정부의 간섭에 불편함을 호소한다. 인민이 잘 살게 된다면 공산주의든 자본주의든 상관없다는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白猫黑猫論)이 체제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커지자 위기감을 느낀 중국 정부가 돌연 ‘사회주의적 가치’를 내세워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이룩한 성장의 과실을 나누어 가진다는 ‘공동부유(共同富裕)’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에 알리바바가 18조원, 텐센트는 9조원을 내놓는 등 중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줄지어 정부 프로젝트에 참여를 발표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정부가 사교육과 연예계의 고소득자를 압박해 공동부유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정부가 경제 전 분야에 걸쳐 개입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모두 잘 살게 된다는 명분이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많은 사람은 공동부유에 숨은 목적에 대해 시장이 체제를 위협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경고라 해석하고 있다. 사회주의 정치체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불안한 동거가 한계 상황에 도달하자, 중국 정부는 체제 안정을 위해 경제에 희생을 강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 내에서도 ‘공동부유’ 프로젝트가 자칫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공동빈곤’을 초래할지 모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경제 성장보다 권력 유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인민을 위한다면 공산주의든 자본주의든 상관없다’면서 시작한 개방정책이 이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동부유든 공동빈곤이든 상관없다’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든다.
마오쩌둥은 그의 저서 ‘모순론(矛盾論)’에서 “사회적 발전은 사회 내부의 모순에 의해 발전하고, 새로운 것과 낡은 것 사이의 모순의 발전에 의해 신구(新舊) 사회의 교체가 이룩된다”고 적고 있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은 자신의 권력을 연장하기 위해 새로운 것과 낡은 것을 거꾸로 해석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사회적 발전이 아닌 사회적 퇴보를 길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중국 경제의 위기는 미·중 무역 전쟁이나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과 같은 외부 요인이 아니다. 중국이 가진 내재적인 모순과 갈등이 바로 최대 리스크다.
이원호 비즈빅테이터연구소 소장(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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