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집값 상승세가 주춤거리면서 무리하게 빚으로 주택을 매수한 집주인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이 앞으로도 더 뛸 것 같아 은행돈으로 집을 매수하는 이른바 '영끌' 추격매수에 나섰지만 이후 시장 환경이 바뀌면서 이제는 집값이 떨어질까 걱정해야하는 처지에 몰린 셈이다. 연내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마저 기정사실화되고 있어 이자부담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값 0.30% 상승했다. 오름세를 이어가긴 했지만 오름폭은 지난주 0.32%에 이어 2주 연속 축소됐다. 서울의 아파트값은 0.17%로 지난주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경기도와 인천이 각각 0.35%, 0.40%로 지난주(0.39%, 0.42%)보다 상승폭이 작아졌다.
26일 정부의 추가 대출 규제 발표, 시중은행의 대출 중단과 대출금리 인상, 최근 집값 급등에 따른 상승 피로감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계부채 추가 대책에 현행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는 등 대출 한도까지 줄이는 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DSR은 연소득 대비 일정 비율 이상의 대출을 내주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11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관망세가 확산되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p 올렸으며, 내달 25일 열리게 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다시 0.25%p를 올릴 것이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3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0.5%에서 1.0%로 뛰게 되는 것이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각 0.25%포인트, 0.5%포인트 인상될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2020년 말과 비교해 각 2조9000억원, 5조8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중은행의 우대금리도 축소되고 있다. 최근 NH농협은행은 거래 실적별로 주던 신용대출 우대금리(최대 0.3%포인트)를 없앴으며, 우리은행도 부동산담보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크게 줄이기로 했다. 다만 월상환액고정대출 우대금리(최대 0.3%포인트)도 폐지하지만 서민 실수요자에게는 0.1%포인트 우대해줄 방침이다. 주거래은행 계좌 사용이나 자동이체 실적 등에 따라 제공해온 각종 우대금리 혜택이 대폭 줄면 그만큼 대출 이용자의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효과를 낳게 된다.
가계의 소득과 대출규모가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큰 문제는 되지 않겠지만 무리하게 은행돈을 끌어와 집을 산 사람들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DB에 따르면 올 1분기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41.6%는 신용대출을 이미 받은 상태에서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거나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함께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10명 가운데 4명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모두 가진 사람인 셈이다. 이 비중은 해당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2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DSR 즉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이 40%를 넘어서는 이른바 '고위험 차주'의 대출도 1분기 전체 가계대출 잔액의 62.7%로 나타났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과 대출한도 축소는 갭투자 수요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대출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금리인상이 본격화된 만큼 실수요자들 역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대출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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