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코로나19로 풀린 유동성 회수를 위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돌입하면서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연준이 일단 11월과 12월에 한해 테이퍼링 계획을 공개하고 금리인상에 대해서도 선을 그으면서 시장에선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드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미국이 본격적인 긴축정책 전환의 신호탄을 쏘면서 각국 환율과 통화정책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상황에 따라 연준이 언제든 출구전략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한다는 신중론도 강해지고 있다.
연준은 3일(현지시간) "작년 12월 이후 연준의 목표를 향한 경제의 상당한 진전을 고려할 때 월간 순자산 매입을 국채 1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50억 달러씩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해 코로나 팬더믹 이후 매달 미 국채 800억 달러와 MBS 400억 달러 등 12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경기를 지탱해왔다. 연준이 이같은 돈풀기를 줄이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하지만 연준은 11월과 12월 두달에 한해 채권 매입 계획을 밝히고 기준금리도 현재의 0.00∼0.25%로 동결됐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어 일단 긴축에 나서지만 그 이후는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유동성 회수에 대한 우려 보다 불확실성 해소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이날 미국 뉴욕 증시는 장중 상승 전환하며 4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 지수 역시 이날 오후 1시 현재 전일대비 17.02포인트(+0.57%_ 오른 2,992.73를 기록하면서 강보합세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연준의 결정이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전거래일 FOMC 경계감 확대 속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순매도로 1%대 조정을 받았던 코스피는 시장 친화적인 FOMC 결과에 힘입어 반등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최근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이 일정치 않다는 점이 수급상 불안요인이었으나, 외환시장 환경이 증시에 우호적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들의 매도세 강화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 역시 이번 결정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연준이 테이퍼링을 개시했으나 규모와 속도 등이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수준이고 금리 인상에는 신중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간밤 국제금융 시장에서는 위험 선호 흐름이 관찰됐다"며 "이번 결과는 국제금융시장에서 큰 무리 없이 소화되며,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테이퍼링 공식화로 미국의 돈쥘죄기가 본격화됐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해야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금리인상 등 연준의 출구전략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빨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연준에 앞서 이미 금리인상에 나서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각국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즉 가계 및 기업의 부채 위기 등이 다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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