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지주회사 전환을 의결했다. 지주사를 상장사로 유지하고, 철강 사업회사는 비상장사로 물적 분할해 지주사가 100% 소유하는 방식이다. 물적분할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한 소액주주들과 국민연금의 반발을 의식한 조치로 분석된다.
포스코는 10일 이사회를 열어 지주회사 전환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에는 인적·물적 분할방식의 2가지 지주사 체제 전환 안건이 모두 상정됐으며 이 가운데 물적분할 방식이 채택됐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포스코홀딩스'라는 이름의 지주회사와 철강사업회사로 나뉜다. 이로써 포스코는 2000년 10월 민영화 이후 21년 만에 지주사 체제로 거듭나게 됐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 2일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밝히면서 "저탄소·친환경 시대로의 대전환, 기술혁신 가속화 등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중장기 성장전략과 경영 지배구조 개편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지주회사 전환은 내년 1월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기업분할 안건은 주주총회에서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과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포스코는 지난 2000년 민영화를 거쳐 현재 사실상 포스코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포스코는 철강사업을 영위하면서 포스코에너지(89%), 포스코ICT(65.4%), 포스코인터내셔널(62.9%), 포스코케미칼(59.7%), 포스코강판(56.9%), 포스코건설(52.8%) 등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날 주총을 앞두고 주주들과 시장의 관심은 분할방식에 쏠렸다. 물적분할은 100% 자회사를 신설하는 것으로 지배력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차입 외에도 증자 등 자본조달이 가능하다.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한 성장사업들이 물적분할돼 자본 증대를 통해 기업규모를 확장하는 경우 선호한다. NH투자증권 변종만 연구원은 "포스코 지주회사와 포스코 영업 자회사를 모두 상장하는 인적 분할 방식으로 할 경우 포스코 지주회사가 포스코 영업 자회사의 지분 30%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시장에서 주식 매입 또는 주식 교환 등 추가 조치가 큰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물적분할 방식은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지주사 전환후 사업회사가 상장될 경우 소액주주들은 신주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주 가치가 훼손 문제가 발생하는 셈이다. 앞서 핵심사업인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로 떼어낸 LG화학, SK이노베이션도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소액주주 비중이 70%에 달하는 포스코의 경우 소액주주들이 대거 반대에 나서면 안건이 부결될 수도 있다.
최대주주 국민연금(지분 9.75%)의 선택도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3일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공개한 ‘이사회 구성·운영 등에 관한 국민연금기금 책임투자 방향 설명서' 최종안에는 “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기업분할 및 주식교환 결정 시 주주가치 훼손이 없도록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의해 이뤄지게 할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됐다. 지주사 전환시 주주가치 훼손 여부를 제대로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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