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국제 분업체계 개편 대비해야

미·중 패권전쟁으로 글로벌 기업들 탈(脫)중국 러시?
공동부유로 인건비 상승, 데이터 보안 강화도 한몫
중국 의존도 높은 한국 기업 새로운 전략 모색 필요
2021-12-13 11:06:12

글로벌 기업들의 탈 중국 행렬이 심상치 않게 진행되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불거진 중국 내 전력 부족 사태 등의 문제로 차이나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 잡은 중국이 점차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톈진의 스마트폰 공장 가동 중단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중국 내 스마트폰 생산을 완전히 정리했다. 또한 TV와 개인용 컴퓨터 등 가전제품의 생산 공장도 가동을 멈추었다. 삼성은 중국에서 생산하는 대신 베트남이나 인도로 생산 거점을 옮기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연산 30만대 생산 규모의 베이징1공장 생산을 중단한데 이어 최근에는 공장부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직후 중국시장에 진출에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던 SK그룹도 중국 내 여러 사업장을 매각하는 대신 아세안 지역으로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기업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기업들의 탈 중국 현상도 뚜렷하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직접 나서 중국을 벗어나 본국 복귀 혹은 동남아 등지로 생산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공급망 구조를 다변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기업의 탈 중국 현상에서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폭스콘의 변화다. 글로벌 기업의 각종 전자제품을 위탁 생산한 대만기업 폭스콘은 애플의 아이폰 조립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미국 애플 본사 설계-글로벌 부품 조달-중국 생산’이라는 고리에서 폭스콘은 생산 부문을 차질없이 수행해 애플과 폭스콘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애플과 폭스콘의 협업은 글로벌 본사가 설계와 마케팅을 담당하고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구조에서 가장 성공적인 모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런 폭스콘이 중국에서 성공에도 불구하고 아이폰 생산의 일부를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폭스콘의 탈 중국 움직임은 이전까지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체계가 변화하고 있다는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그런데 탈 중국화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고 앞으로 계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중국에 진출했던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동남아나 인도 등 다른 나라로 돌리려는 시도는 미·중 패권경쟁 과정에서 미국의 압력이라는 외부적인 요인이 상당 부분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의 내부적인 문제가 글로벌 기업을 중국 밖으로 몰아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 내부 문제는 ‘공동부유(共同富裕)’로 인해 인건비 상승폭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공동부유란 급속한 경제성장이 초래한 빈부격차를 차츰 줄여 나가겠다는 정책으로,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인 입지 강화와도 관계가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시 주석이 공동부유론을 언급한 이후 중국의 지방 정부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내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임금 인상폭마저 커진다면 이들의 탈 중국 가속화는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문제는 중국 정부가 디지털 강국으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데이터 보안 규정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가뜩이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중국으로 정보 유출을 의심하고 있는 마당에 중국 정부의 디지털 산업 강화는 애플과 같은 첨단 기술을 보유한 외국계 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 분명하다.

탈 중국 가속화는 ‘중국 생산-해외 수출’이라는 글로벌 기업들의 기존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향후 국제 분업체계도 지금과는 확실하게 다른 모습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의 입장에서는 중국 내수 중심과 수출 지향에 따라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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