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경제는 5%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년도 역성장의 기저효과와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펼친 확장적 재정정책, 그리고 코로나 백신 보급 등의 영향에 힘입어 높은 성장이 가능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완전히 종식시키지 못하고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출현하는 우려가 있지만, 2020년 엄습한 ‘대불황의 도래’라는 공포에서 벗어났다는 점은 위안이 되는 부분이다.
2022년 세계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대다수 글로벌 경제 전문 기관들과 연구소들은 경제활동의 정상화와 소비 증대 효과로 지난해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주요 경제 기관이 전망하는 작년의 세계경제 성장률은 대체로 5.5%~6.0%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올해는 성장률이 4% 초반에서 중반 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이 지난해에 비해 다소 떨어지게 전망되는 원인으로는 고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더불어 인플레이션 위험에 따른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계경제에서 가장 비중을 크게 차지하는 미국의 경우 IMF는 지난해 7.9%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전망치는 4.9%에 달할 것으로 발표하고 있다. 민간 연구소인 골드만삭스는 지난해와 올해 예상치와 전망치를 각각 5.5%와 3.9%로 내놓아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IMF와 골드만삭스의 발표 자료는 수치에 차이가 있지만 같은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밖에 중국과 유로존, 일본 등 주요 국가들도 올해 경제성장율 전망치는 지난해에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성장 기조를 이어나가게 될 것이라는 데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해 세계경제 전망치가 작년에 비해 떨어질 것이라 전망하는 원인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첫째, 코로나 팬데믹으로 촉발된 경제활동의 불확실성이 올해도 완전히 제거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경제가 5%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배경에는 백신의 보급으로 경제활동이 재개된 데 힘입은 바가 크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 오미크론 변이의 급속한 확산은 정상적인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현재의 인플레이션 상황이 좀처럼 꺾이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불안한 글로벌 공급망으로 인해 수십 년 만에 처음 겪는 초 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11월 1982년 이후 가장 큰 폭인 6.8% 급등했다. 유로존 역시 2021년 물가상승률이 4.9%에 달해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의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은 테이퍼링의 속도를 높이는 한편, 올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시대가 마무리되고 있다는 점 또한 세계경제 성장률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촌 환경 재앙이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갈수록 빈번해 지는 가뭄, 홍수, 태풍 등과 빠르게 진행되는 사막화 현상은 기후변화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 또한 기후변화의 결과물로 받아들이는 의견이 우세하다. 따라서 2022년은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응해 탄소중립 등 강력한 정책을 시행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개발과 성장을 어느 정도 희생하더라도 지구 환경을 보호하자는 쪽으로 관심이 옮겨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지난해에 비해 성장률은 다소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22년 키워드는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있는 불확실성’, ‘고(高)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강력한 정책 시행’ 등으로 정리될 수 있다. 이 세 가지 키워드에는 불안과 희망이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극복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는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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