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 어려워지는 글로벌 경제

각국 중앙은행 운신의 폭 좁아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높아
전쟁 조기 종식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국제 공조 절실
2022-02-28 11:08:45

모두가 우려했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서방국가들의 경제 재제의 위험을 무릅쓰고 전면전을 일으킬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충격이 컸다. 러시아 침공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국제 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경제에 대한 위협이 가시화 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전쟁 발발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이 두 갈래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직접적인 영향으로 지정학적인 중요성으로 인한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석유, 천연가스는 물론이고 반도체 산업 등에 필요한 광물의 주요 수출국이다. 따라서 전쟁 발발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가져오고, 궁극적으로는 물가 상승과 글로벌 경기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주요 원자재와 곡물을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는 핵심 국가다. 러시아는 전 세계 석유 수출의 약 11%를 차지하는 2위의 수출국이고, 천연가스는 최대 수출국이다. 특히 유럽 대륙은 천연가스 사용량의 약 40%를 러시아로부터 공급받을 정도로 에너지 의전도가 높다. 그밖에 알루미늄 등 주요 원자재 수출도 상당한 편이다. 우크라이나도 곡물 생산과 더불어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네온가스와 크립톤가스와 같은 희귀 광물의 주요 수출국이다.

벌써부터 국제적인 투자기관들은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J.P 모건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재제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국제 유가가 120달러에 이를 것이라 전망하고 있으며, 러시아로부터 원유 공급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150달러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글로벌 물류 대란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전쟁 발발이 끼치는 간접적인 영향은 각국의 금융 정책에 혼선을 가져와 코로나로 인한 인플레이션 대책을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세계 각국의 올해 최대 화두는 인플레이션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풀린 유동성과 글로벌 물류대란이 야기한 인플레이션은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7.5% 기록했고, 유럽지역도 20년 만에 최고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주요국들은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美연준은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양적완화 축소가 마무리되는 3월을 기점으로 기준금리의 점진적인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연준이 오는 7월로 예상되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통한 양적긴축을 2017년의 조치보다 더 빠르게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시장은 의견이 모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계획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의 불안정이 전쟁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수립되었기 때문에 돌발 상황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감당하기에도 어려운 마당에 적절한 금융정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 전개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간접적인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짐 로저스는 국내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쇼크는 단기적이라면서 진짜 문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제 위기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전쟁의 발발로 당장 치솟는 원자재 가격의 상승의 위험보다는 각국의 금융·통화 정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시장은 연준이 3월 기준금리 인상 시 0.5%를 인상할 가능성을 낮춰 전망하는 등 정책의 변동성에 주목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전쟁이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운신의 폭을 제한함으로써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전쟁 발발로 인플레이션의 리스크가 더 높아지고 있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우려로 금리인상 혹은 과감한 긴축과 같은 정책을 단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라는 인류 공동의 목표 아래 전쟁을 조기 종식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국제 공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원호 비즈빅테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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