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더해지면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산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원가 부담을 소비자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물가불안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경제회복과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를 위해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물가를 잡기 위한 한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대비 1.01달러(1%) 하락한 배럴당 99.2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때 배럴당 130달러대까지 올라갔다가 떨어진 상황이지만 여전이 연초 가격(76.08달러) 대비 30% 이상 높은 수준이다. 국내 수입 비중이 큰 두바이유 역시 지난 1일 기준 연초 보다 32% 이상 급등했다.
원자재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쇳물을 생산할 때 연료로 사용되는 제철용 원료탄(호주산) 가격은 전날 기준 t(톤)당 471.5달러로 연초 대비 31.13% 상승했다. 철광석 가격(중국 칭다오항)은 지난 2일 기준 t당 159.85달러로 연초 대비 30.07% 높다. 같은기간 플라스틱과 섬유 등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 가격은 19.48%, 에틸렌 가격 43.16% 상승했다. 알루미늄, 니켈, 아연, 납 등 비철금속 가격도 줄줄이 뛰고 있다.
이는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들어 철강 유통업체에 판매하는 후판 가격을 두 차례에 걸쳐 6만원 올렸다. 열연 유통 가격도 지난달 t당 5만원을 올린 데 이어 이달부터 10만원을 추가로 인상했다. 현대제철 역시 지난달 열연·냉연 유통 가격을 t당 5만원, 후판 가격은 t당 3∼5만원 인상했다. 이에따라 자동차, 조선업계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유연탄 가격이 뛰고 공급이 달리면서 시멘트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건설업계의 사정도 나쁘다. 특히 봄철 성수기를 맞아 건설현장의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달리면서 아파트 분양가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이 건설업계의 관측이다. 세계 식량 가격 강세로 가공식품과 외식가격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에따라 인플레이션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4.1% 올랐다.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4%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3%대 후반에 머물다 3월 들어 4%대로 올라섰다. 이런 상황에서 오미크론이 꺾일 기미가 보이고 방역조치가 완화되면서 수요까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물가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유지하고, 올해 연간 상승률도 한은의 기존 전망치(3.1%)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물가불안이 심화되고 있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며 "수출 등 경제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점도 부담을 줄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연준의 5월 ‘빅스텝’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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