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인상했다. 한은은 현재 총재 부재 상태로 애초 시장에선 동결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한은은 전격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데다 미국의 긴축정책이 빨라지면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4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또 올렸다. 금통위는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네 차례 올린 결과 불과 8개월 만에 기준금리가 0.50%에서 1.50%로 1%포인트나 올랐다. 2019년 7월(1.50%)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물가 급등세가 배경이 됐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무려 4.1% 뛰었다. 4%대 상승률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은의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값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9%에 이르렀다. 한 달 새 0.2%포인트 또 올랐는데, 2014년 4월(2.9%) 이후 7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은은 지난 5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 곡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 영향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연간 상승률도 기존 전망치(3.1%)를 크게 웃돌 수밖에 없다는 게 한은의 시각이다.
미국 연준의 이른바 '빅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명분중 하나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회의 참석자들은 "특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올라가거나 강해진다면 향후 회의에서 한 번 이상의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금통위의 인상으로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미국보다 1.00∼1.25%포인트 높은 상태다. 하지만 예상대로 연준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고, 이후 몇 차례만 0.25%포인트 또는 0.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높여도 수개월 사이 미국이 더 높은 상태로 역전될 수 있다. 이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과 급격한 원화 가치 하락 등이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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