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국이 공격적인 통화긴축에 나선 상황에서 한국 역시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 때문이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이번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올해 1월 0.25%포인트 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지난달 다시 0.25%포인트 인상했다. 만약 이번 회의에서 다시 인상이 결정되면, 2007년 7월과 8월에 이어 14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가 두 달 연속 오르는 것이 된다.
5%대를 위협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같은 전망의 배경이 됐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에너지, 원지재값 급등 등의 영향으로 전년동월 대비 4.8% 뛰었다.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또한 한은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5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3%로 2012년 10월(3.3%)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도 주요 근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3∼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22년 만에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25∼0.50%에서 0.75∼1.00%로 인상했다. 이른바 '빅스텝(한꺼번에 0.5% 금리 인상)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기존 1.00∼1.25%포인트에서 0.50∼0.75%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이번 회의에서 기존 1.5%에서 1.75%로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처럼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첫 조찬회담을 갖은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느냐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4월 상황까지 보면 그런 고려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우리도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더 올라갈지 종합적으로 데이터를 보고 판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취약계층과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이 팔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 '대출금리 상승이 가계 재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금리 인상기에는 저소득층(가처분 소득 하위 30%)의 재무 건전성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출금리가 2%포인트 상승하면, 저소득층의 부채상환비율(DSR)은 40.2%에서 44%로 약 3.8%포인트 상승했다. 종사상지위별 분류에서는 자영업자 가구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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