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만기 회장은 ‘수소경제(Hydrogen Economy) 전도사’로 불린다. 정 회장은 “기후변화는 심각한 문제고, 화석연료는 이산화탄소(Co₂) 문제를 떠나 고갈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면 미래 에너지를 무엇으로 쓸 것이냐는 문제가 나오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답은 수소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탄소포집기술과 수소환원제철 등과 같은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서울 서초구 양재대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진행된 빅터뉴스와 인터뷰에서 반도체칩 생산 감소로 파생된 세계 자동생산 차질과 전기차의 미래, 수소경제 등 여러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피력했다.
-자동차산업이 반도체에 이어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자동차산업과 국내시장 전망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차량용 반도체 회사들이 수요 감소를 우려해 생산라인을 다른 업종 제품으로 전환하면서 공급 문제가 생겼고 이로 인해 자동차 생산이 감소했다. 실제로 ‘세계자동차통계’를 보면 2020 전세계 자동차 생산은 7819만4000대로 2019년(9283만8000대) 대비 –15.8% 감소했다. 자동차 반도체 공급 문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 우려로 긴축재정을 본격화하면서 경기 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또다시 수요 급감을 우려하고 있는데, 이미 계약된 자동차도 구매자가 중간에 계약을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 업체별 사정은 좀 다르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가 대안이 되면서 시장 위축에도 선방하고 있고, 반도체 공급부족 문제도 생산업체를 직접 찾아가 물량을 확보하는 ‘맨투맨 전략’으로 물량을 확보하면서 다른 업체보다 나은 것 같다. 전체 판매량은 줄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높아졌고 이익도 좋아졌다.”
-볼보에 이어 세계 각국 자동차업체들이 내연기관 차량을 단종하고 전기차 생산 체제로 전환을 선언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전망은?
“볼보가 전기차만 생산한다는 것에 현혹되면 안 된다. 볼보는 지리자동차가 100% 인수한 중국차다. 중국산 자동차는 싸구려로 인식돼 30여 년간 굴욕을 당했다. 중국은 내연기관으로는 경쟁이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내연기관을 빨리 종식하자고 한다. 그래야 전기차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고, 진검승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진짜 기후변화를 걱정해 전기차로 전환을 서두르자고 하는 것일까? 중국은 70%가 석탄발전을 하고 있는데, 기후변화를 걱정한다면 발전소부터 바꾸려고 했을 것이다. 결국 볼보의 선언은 중국의 세계 자동차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어떻게 가야하느냐? 기후변화가 워낙에 심각하니, 내연기관차의 비율을 좀 줄여가자는 것이다. 유렵은 2035년부터 신차를 전기차만 출시하자고 한다. 하지만 쉽진 않을 것이다. 독일도 반대하고 있다. 이 문제는 규제로 가는 게 아니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 내연기관의 완전한 종말은 아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전기차가 나을지, 새로운 내연기관이 나을지 아직 모른다. 기술 개발이 관건이다.”
-국내 전기버스시장에서 중국의 선전으로 국내 생산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보조금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을 중국 버스가 30~40% 가져간다. 우리 혈세로 중국차를 육성하는 격이다. 지금은 조금 수정됐지만 중국은 자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차에 한정해서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상대주의가 필요하다. 현재 전기버스 보조금 지급이 환경부 1억원, 지방자치단체 1억원 등으로 따로 지급하고 있는데 중앙정부에서 일괄 지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 시장에서 우리나라 자동차 비중이 낮아지고 있는데 대책은?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 점유율을 높일 것이냐, 고가 차량으로 수익을 많이 낼 것이냐의 문제다. 중국시장이 포화가 되면서 글로벌 자동차회사들도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생산량의 60~70%를 차지하는 토종 업체들의 화두는 구조조정과 해외진출이다. 현대기아차 역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대차가 최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했다. 이에 대한 효과는?
“현대차의 세계화 전략이라고 본다. 구매력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현지 대응이 빨라야한다. 현지 인지도를 높이면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 기아차가 대표적인 예다. 미국 조지아에 공장을 건설했을 때 기아차의 브랜드는 미약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품질 평가에서도 좋아졌고. 시장도 확대됐다. 국내에서 생산해서 수출해서 팔겠다? 이거는 우리 혼자만의 이야기다. 죽겠다는 이야기와 같다. 현대기아차의 해외 생산비율이 글로벌 메이커와 비교할 때 크게 낮다. 일본의 자동차 조사업체 '포인(FOURIN)'이 펴낸 세계자동차조사월보를 보면 2021년 기준으로 토요타그룹은 전체 생산량 1110만9175대 가운데 일본에서 생산한 비율은 39.3%(436만6115대)다. 폭스바겐그룹은 자국 내 생산 비율이 19%, GM그룹은 26.2%에 그친다. 현대차그룹은 47.9%에 달한다. 국내 기업의 해외 생산 비율을 늘려야 한다.”
-수소경제가 아직은 미약하다. 향후 방향은?
“우리나라는 화석연료에 이어 신재생에너지도 부족한 나라다. 바람 품질도 안 좋고 태양광 설치 자리도 없다. 수소 1년 생산량이 200만톤 정도다. 반면 칠레는 수소생산 가능양이 1억6000만톤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 캐나다 등도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나라다. 나중에 이 지역에서 전기로 물을 분해해서 수소를 만들어 액상화수소를 전 세계에 공급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야한다.
우리나라의 산업별 에너지효율, 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므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파괴적 혁신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탄소배출은 각각 발전 37%, 산업 35.8%, 수송 13.5%씩 차지한다. 산업 부문 가운데 탄소배출은 철강과 시멘트, 석유화학분야에서 70%를 차지한다. 철강에서 1억1000만톤 가량의 탄소를 배출하는데 2030년엔 500만톤까지 줄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로 번 돈을 푼돈으로 기업에 나눠주는 지원방식으로는 미래가 없다. 결국 단순 현존 기술 개량이 아니라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파괴적인 혁신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수소 생산은 물을 전기분해해 고순도(99.999%)의 수소(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인 수전해 밖에 없다. 알카라인 방식 등에 투자하기 했지만 신재생에너지와 호환이 힘들다. 지난해 수소연료전지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고분자 전해질막(PEM)이 양산설비를 갖추었는데 기술 개발에 더욱 투자해 수전해 기술 확보가 시급하다.
둘째 수소 운반 설비 확보도 필요하다. 수소운반은 1000㎞ 일때는 파이프라인, 1000~5000㎞일때는 액화수소가 효율적이다. 5000㎞이상일때는 암모니아수소가 효과적이다. 1만톤 이상의 운반선이 필요한데 일본은 개발에 성공했고, 우리나라도 현재 개발중이다. 마지막으로 수소 관련 기술이다. 수소 관련 특허는 EU와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인데, 연료전지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앞선다.
이 같은 첨단 기술에 집중 투자해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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