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별사면에 비리 경제인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 대해 “반성 대신 법질서 우롱하는 재벌총수의 사면·복권은 절대 안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는 오는 23일 사면심사위원회를 열어 윤석열 정부의 연말 특별사면 대상자를 심사한다. 사면심사위는 특사 건의 대상자를 최종 선정해 사면권자인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사면대상자는 27일 열릴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를 거쳐 28일 0시에 사면될 전망이다. 이에따라 재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대한상의는 주요 경제단체와의 의견 수렴을 끝내고 조만간 경제단체 공동명의로 기업인 특별사면을 건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 다수의 비리 경제인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도 그중 하나다. 이 전 회장은 회사 돈 400억원을 횡령하고 골프 연습장 헐값 매각 등으로 회사에 97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2011년 1월 구속 기소됐다가 2019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했다. 특정경제범죄법상 5년간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받고 있다. 형기를 모두 마쳤기에 사면 대상은 아니지만 취업제한 등을 풀기 위해선 복권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론이 좋지 않다. 그가 간암 병보석중 음주와 흡연을 하고 거주지와 병원 이외의 장소에 출입했다는 희대의 '황제보석' 논란을 일으킨데다가 출소뒤에도 티브로드 지분 매각, 김치·와인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과 관련해 또다시 검찰에 고발되는 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에 자금 지원을 검토했다가 "대주주인 이호진 회장을 위해 태광산업과 태광산업 주주의 희생을 강요하는 결정"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검토를 철회하기도 했다. 흥국생명의 최대 주주는 이 전 회장(지분 56.3%)이다.
역시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 대한 세간의 시선도 곱지 않다. 박 회장은 2018년 11월 배임 등으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형을 선고받고 취업제한 대상이 됐지만 2019년 3월 주총에서 금호석유화학의 대표이사 회장(등기이사)으로 재선임되면서 규정을 위반했다. 이후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2월 1심에서 패소했다. 이 과정에서 보수를 계속 수령하면서 논란이 됐다.
경제개혁연대⋅경실련⋅금융정의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황제보석’ 논란을 야기했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현재 취업제한 대상이면서도 이를 어기고 있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사면·복권 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다"며 “과거 보석 기간 중에 수준 미달의 행동을 보여 주고 아직도 수많은 범죄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당한 상태이며 법무부의 취업제한 통보를 무시하고 계속 위법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절대로 사면·복권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들 단체는 지난 19일 태광그룹의 12조원의 투자 발표에 대해서도 “이 발표는 공시내용조차 부실해 총수의 사면복권을 위한 공수표가 아닌가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며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사면복권을 놓고 재벌 총수가 대통령을 상대로 흥정을 하자는 것으로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누리꾼 반응도 비슷하다. 지난 16일 관련 기사에서 “12조 투자인데 계획과 내용은 전혀 하나도 1도 없는..그룹 전체 직원이 8천인데 7천을 뽑겠다는 웅장한..”이라는 댓글에는 공감 80개가 달리면서 해당 기사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얻었다. “10년이지만 어쨌든 가진 현금이 6000억인데, 12조를 어떻게 투자하나? 정권에 미운털 박히니까, 잘봐달라는 의미로 그냥 립서비스..”라는 댓글도 공감 38개로 2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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