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이하 CGV)가 ‘1조원대 수혈’에 나서면서 지주사 CJ가 현물 출자할 CJ올리브네트웍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 회사는 CJ 오너일가의 ‘기업대물림’ 작업에서 핵심 역할을 한 곳으로 평가되는데 이번에는 CGV의 부실한 곳간을 채우는 ‘소방수’ 역할을 맡게 됐다. CJ가 필요할 때 마다 꺼내드는 ‘요술 방망이'와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29일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CGV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5700억원, 제3자배정으로 4500억원, 총 1조원대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최대주주인 CJ(지분 48.5%)는 현금 600억원을 투입하고 제3자배정 유증으로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전량을 CJ CGV에 넘긴다.
이번 자본 확충 이후 CGV 부채비율은 1분기 기준 912%에서 300% 이하로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자회사에서 손자회사로 바뀌지만 지배력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가 급락으로 주주들의 비명이 커지는 상황에서 CJ 입장에선 현금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지배력까지 유지하는 기가막힌 묘수를 부린 셈이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발행 주식 총수를 늘리는 등 치밀한 사전 준비의 결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손자회사로의 위치 변화로 CJ와의 직접적인 고리가 끊어졌다는 점 그 자체로 의미도 크다. CJ시스템즈가 전신인 CJ올리브네트웍스는 과거 재벌가 일감몰아주기 사례에서 번번히 이름을 올렸던 곳이다. 지난 2014년과 2015년 횡령탈세 혐의로 휠체어를 타고 재판을 받던 이재현 회장이 CJ시스템즈 지분를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CJ올리브영과 합병하면서 본격적으로 CJ그룹 이슈의 중심에 섰다. 이선호 경영리더가 당시 물려받은 CJ시스템즈 지분은 15.9%다.
이후 CJ올리브네트웍스는 2019년 인적분할을 통해 다시 IT사업과 CJ올리브영으로 쪼개졌고, 이 리더는 지주사와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맞교환을 통해 CJ㈜ 지분을 2.75% 확보하게 된다. 그 전까지 그의 CJ 지분율은 0%였다. 그의 CJ 지분율은 지난 3월 기준 3.20%로 확대됐다.
분할된 CJ올리브영은 현재 상장을 추진 중이다. 그는 앞서 프리IPO로 1018억원을 확보했으며, 아직 CJ올리브영 지분 11.04%를 보유중이다. 시장에선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2조~3조원대라는 예측이 나온다. 헬스, 뷰티 매장에서 술까지 팔 정도로 사업확장에 열을 올린 결과로 보인다.
CJ올리브네트웍스를 떼고 붙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이 리더의 재원구조가 갈수록 탄탄해진 셈이다. 더욱이 경영자로서 면모도 강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9년 마약사건으로 쇠고랑을 찼다가 '유전무죄'라는 비판에도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집행유예 기간임에도 불과 1년여만에 업무 복귀, 다시 1년만에 임원 승진했으며, 현재 CJ제일제당에서 글로벌 사업을 맡고 있다.
이처럼 CJ 일가의 세습구도에서 핵심 역할을 해왔던 회사가 이제는 다시 CGV 부실을 해결하는 데 투입되는 것이다. 향후 CJ올리브네트웍스가 CGV에 완전히 종속되면 이 리더와 연관된 과거의 흔적 역시 한층 옅어지는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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