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중인 가운데 포스코홀딩스 최정우 회장이 휴가를 떠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최근 집중호우 피해로 일찍부터 '카눈'에 대한 위기감이 커진 상황에서 굳이 이 시점에 휴가를 가야했느냐는 것이다. 특히 그가 지난해 '힌남노'가 북상할 때 골프를 치고 미술전시를 보러 가는 등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 것이 드러나 여론 뭇매를 맞았다는 점에서 "반성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포스코그룹 측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7일 해외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당초 오는 11일 정기이사회를 마친 후, 14일부터 휴가를 떠날 예정이었지만 돌연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정기이사회는 최 회장의 휴가지중 하나인 캐나다에서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에서 보장한 휴가에 문제는 없다. 하지만 휴가 시점이 문제다. 최 회장의 휴가 한참 전부터 ‘카눈’이 10일께 남해안에 상륙하고 최대 700㎜의 역대급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는 예보와 보도가 쏟아졌다. 실제 이날 오전 9시20분 ‘카눈’이 경남 거제 부근으로 상륙하면서 전국이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나라 전체가 비상상태다. 최근 충남 오송 지하차도 침수 등을 경험한 상황에서 국민들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포항시의 경우 ‘주민대피 행정명령’까지 발령해 재해 약자 수백명을 대피시켰다. 포항제철소 직원들 역시 외곽 차수벽·차수판, 배수로 등 시설을 재차 점검하면서 긴장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의 최종 책임자인 최 회장이 애초 일정을 앞당기면서까지 휴가를 떠나 자리를 비운 것이다.
포스코 내부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작년에 그 난리를 겪었으면 포항에 내려가서 태풍 대비하는 직원들 격려하고 제철소 살펴보는 것이 정상일텐데도 휴가를 그대로 강행했다”면서 "정말 할말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힌남노' 피해로 포항제철소 고로 3기가 1973년 쇳물 생산을 시작한 이후 49년만에 처음으로 동시에 가동을 멈추는 사태가 발생했으며, 고로 정상화를 위해 포스코 직원들이 135여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복구작업에 매달려야했다.
이 과정에서는 최 회장이 태풍 대비기간에 골프를 치고 미술전시를 보러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는 국감에 최 회장을 소환해 부실대응을 추궁하면서 위기시 최고경영자이자 최고책임자의 면모를 강조하고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재난본부장은 제철소장으로 되어 있다”며 침수 사태 부실 대응 책임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앞서 일어난 성폭행 등 다른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직접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올 초 최 회장의 '자사주 파티'와 두둑한 보수 인상에 대한 직원들의 분노와 배신감이 거셌던 것도 이 같은 사건들이 영향을 미쳤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포스코 창립 55주년을 맞아 박태준 포스코 초대 회장의 묘소를 참배하고 포항제철소 침수 사태를 언급하면서 "회장님이 보여준 의지와 집념처럼 135일 만에 완전 정상화를 이뤄냈다"며 "'애국심을 갖고 일해달라'는 회장님의 당부에 따라 제2의 창업을 한다는 각오로 국가경제 발전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철의 불모지에서 포스코를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일군 고 박 회장의 '의지와 집념'을 강조했던 그는 태풍 '카눈' 비상사태를 앞두고 휴가를 떠났다. '최고경영자 부재' 상태가 되면서 '카눈'에 대한 위기 대응은 이제 남은 직원들의 몫이 됐다.
포스코홀딩스 측은 "최 회장이 휴가를 간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목적으로 해외 출장을 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출장 목적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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