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기식의 빚, 우리은행의 보험, 국민의 우려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성출장 간 금감원장, 공정할 수 있나
2018-09-17 16:16:35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2015년 국회 정무위원 시절 피감기관의 지원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2015년 국회 정무위원 시절 피감기관인 우리은행의 지원으로 2박3일 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의원 시절 김기식 금감원장이 피감기관의 돈으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원장은 국회 정무위원 시절 △2014년 3월 한국거래소의 부담으로 2박 3일간 우즈베키스탄 출장 △2015년 5월 우리은행 지원으로 2박 3일간 중국 충칭과 인도 첸나이 방문 △2015년 5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예산으로 9박 10일간 미국과 유럽 출장 등 세가지 외유성 출장 의혹을 받고 있다.

김원장은 지난 8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공적인 목적과 이유로 관련기관 협조를 얻어 해외출장을 다녀왔으나 그것이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죄송스런 마음이 크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출장 후 해당기관 관련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소신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했다”고 밝혔다. 본인의 처신에 잘못이 없었다는 자기변명 일색이다. 김원장은 공적인 목적의 출장이고 업무처리 또한 하자가 없었다는 변명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 신분으로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아 해외출장을 다녀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부적절한 접대성 외유라는 의심을 피하기는 어렵다. 특히 접대성 외유 의혹을 받고 있는 두 건의 출장은 금감원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는 기관에서 제공한 것이다.

김원장의 전임자인 최흥식 전 원장은 하나은행의 채용비리와 관련해 ‘청탁’이 아닌 단순한 ‘전달’이라고 해명을 하면서도 “금융권의 채용비리 조사를 맡은 금융감독원 수장으로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판단했다"고 밝히며 사임했다.

김원장에게 해외출장 여비를 제공한 기관중 하나인 우리은행은 정부소유 지분매각이라는 커다란 과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매각이 지연될수록 국고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우리은행의 조직구조가 급변하는 금융환경을 따라가기 힘든 구조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매각절차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할 기관이며 김원장은 그러한 기관의 수장을 맡고 있다. 그리고 청와대의 표현처럼 ‘실패한 로비’가 되어 버린 과거사라 할지라도 우리은행으로부터 부적절한 금품을 제공받은 사실은 변함이 없다.

김원장은 "소신과 원칙에 따른 업무처리를 했으며 전혀 하자가 없었다"고 변명하지만 이를 역으로 말하면 ‘아직 갚아야 할 빚이 남아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많은 국민들이 ‘내로남불’을 들먹이며 김원장을 비판하는 밑바탕에는 ‘갚아야 할 빚’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다는 점을 김원장과 청와대만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 뿐 아니라 김원장은 최흥식 전 원장이 사퇴한 이유에 대해서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최흥식 전 원장은 ‘채용청탁’을 했다는 이유로 사퇴한 것이 아니라 채용비리를 조사해야 할 금감원의 수장이 채용비리의혹에 연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사임한 것이다.

김원장이 향후 우리은행의 지분매각 과정을 밟다 보면 이번 외유 의혹이 또 다시 입방아에 오를 수 밖에 없다.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매각이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매각이 된 후 구조조정의 태풍을 맞아야 할 우리은행 노조에게는 이번 김원장의 로비성 외유 의혹이 좋은 먹잇감이 되기 충분하다.

김원장이 ‘갚아야 할 빚’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게 염치없는지는 두고 보면 알게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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