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올해도 몸집 줄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실적 감소의 여파이지만 주로 미래에 이익으로 전환될 수도 있는 대손충당금 적립의 여파라는 점에서 본질은 비대면영업 등 구조적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까지 직원 500여명이 희망퇴직을 했고 NH농협은행도 490여명이 퇴사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연초 각각 460여명, 220여명이 회사를 떠났고 KB국민은행은 약 800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인 이유은 실적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의 전년도 당기순익은 2조2982억원으로 전년대비 5.8% 감소했다. 신한은행(-10.8%), 하나은행(6.1%), 우리은행(-10.3%) 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주로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이 순익 감소의 배경이라는 점에서 실제 영업은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총 3901억원, 신한은행 6802억원, 하나은행 4836, 우리은행 5353억원 등의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손충당금은 돈을 떼일 경우를 대비한 것으로 향후 상환이 제대로 이뤄지면 그대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IMF가 이후 떼일줄 알았던 대출을 회수하면서 은행들이 호실적을 기록한 것이 대표적이다. 시중은행들은 180~200%에 육박하는 성과급도 노사와 합의하기도 했다.
미국 은행들과 비교해도 양호한 수준이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은행들이 기록한 순이익은 1479억달러로 전년대비 36.5% 감소했다. 이는 2012년 1410억달러 이후 8년만의 최저 수준이다.
은행들의 인력구조조정에는 구조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모바일과 인터넷 뱅킹 발달로 고객이 영업점을 직접 찾는 경우가 급감하면서 점포가 줄어들고 있다. 국내 5대 은행의 영업점포 수는 출장소를 포함해 지난해 말 기준 3546곳으로 1년간 230여 곳의 영업점포가 사라졌다. 지속된 비금융부문 강화 기조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점포 축소가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 업체들의 영토확장도 영향을 줬다. 그만큼 필요한 직원도 줄어든 셈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집계 결과 2014~2019년 희망퇴직한 은행권 노동자는 2만468명에 이른다.
희망퇴직 연령이 낮아지고 조건이 좋아진 것도 한 요인이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평균적으로 임금의 28개월치와 20개월치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같은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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