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3세 승계의 캐스팅보트로 주목되는 CJ올리브영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 성공하고 오너일가가 막대한 실탄을 확보하게 되면서 경영 승계 작업이 더욱 빨라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최근 프리IPO를 통해 오너일가가 받은 매각대금은 27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이 부장은 1018억원(구주 60만650주)를, 그의 누나인 이경후 부사장은 23만930주를 매각해 392억원을 손에 쥔 것으로 알려졌다. CJ올리브영 최대주주는 지분 55%를 보유한 CJ로 지분 매각에 따른 경영구도 변화는 없다.
재벌가의 비상장사를 활용한 승계방정식이 CJ에서도 재현됐다는 평가다. 실제 CJ그룹은 2019년 이 부장 등이 대주주인 CJ올리브네트웍스를 IT사업부문과 올리브영으로 인적분할했고, IT는 지주사와 지분을 맞교환하는데 활용했다. 사업회사인 CJ올리브영은 상장 준비를 지속해왔고 이번에 일부 결실을 맺었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이 부장의 그룹 지배력 확대의 화수분이 된 셈이다. 이 부회장이 확보한 자금은 신형우선주 증여에 대한 수백억원대의 증여세, CJ 지분 매수 등에 활용될 전망이다.
CJ 3세들이 막대한 실탄을 확보하면서 승계작업의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특히 부친 이 회장이 여전히 미등기이사로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서둘러 경영 간판에 등판해야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회장은 2013년 조세포탈·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가 건강 등의 이유로 2016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1년 뒤인 2017년 경영에 복귀했다. 그가 특별사면을 받을 정도로 건강 상태가 안좋았다는 점에서 복귀가 늦어질 것이라던 시장의 예상을 깨는 조치였다. 이 회장의 지난해 보수는 모두 123억7900만원이다. 지주사 CJ의 경우 급여와 상여를 포함해 67억을 받았다. 이는 20억을 받은 김홍기 CJ지주 대표 보다 3배 많은 수준이며, 지주사 보수 상위 5인중 이 회장을 제외한 임원들의 연봉을 합한 것보다도 1억원이 많다. 똑같이 미등기이사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무보수다.
반대로 당분간 공식적인 그룹 승계 작업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부장의 마약 사건에 대한 부정여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2019년 상당한 양의 마약을 들여오고 흡입한 사실이 적발돼 지난해 10월 24일 구속됐지만 불과 48일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죄에 비해 처벌이 가볍다는 비판이 일면서 '유전무죄' 논란이 야기됐다. 최근 이 부장이 석방된지 불과 1년 4개월 만에 업무에 복귀한 것도 거센 비판을 받았다. 애초 그의 경영권 승계에 큰 문제가 없었던 상황에서 스스로의 불법행위가 발목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3세들의 나이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여론이 호전될 때까지 시간을 가지면서도 물밑 작업은 지속하는 모습"이라며 "최근 비판여론에도 이 부장이 복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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