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공서열 철폐’ 이재현, 집행유예 이선호도 승진시키나

임원 직급 단일화하고 나이·성별·직급 따지지 않고 인재 등용
이선호, 집행유예 1년만에 복귀하고 주요 사업서 얼굴 등장
2021-12-24 12:31:38
CJ그룹이 임원 직급을 단일화하고 철저한 성과주의를 강조하고 나서면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의 승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CJ그룹이 임원 직급을 단일화시키는 등 파격인사에 나섰다. ‘나이·성별·직급’이 아닌 공과를 철저히 따지는 성과주의로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것이지만 일각에선 나이 어린 자식들의 경영승계를 위한 새판짜기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마약 사건으로 비판받았던 상황에서 성과주의를 내세워 이미지 쇄신과 동시에 경영 참여 기회를 넓혀주는 토대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탈행위→핵심부서 복귀→업무성과→임원 승진→경영권 세습'으로 이어지는 ‘사고 친' 재벌 3세의 승계 방정식이 CJ에서도 반복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3일 CJ그룹은 사장, 총괄부사장, 부사장 등 6개로 나뉜 임원 직급을 내년부터 '경영리더'의 단일 직급으로 통합하는 내용의 임원 직제 개편안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단일 직급인 ‘경영리더(임원)’의 처우, 보상, 직책은 역할과 성과에 따라서만 결정되고 성과가 좋을 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고 더 빨리 주요보직에 오르게 된다. 또한 지금까지 직급에 맞춰 일률적으로 지원되던 차량, 사무공간, 비서, 기사 등도 보직과 역할에 따라 지원된다. 이는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조치다. 이 회장은 지난달 동영상을 통해 C.P.W.S. 4대 미래 성장엔진을 선포하고 "역량과 의지만 있다면 나이, 연차, 직급에 관계 없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CJ 측은 “그룹의 인적 구성이 점차 젊어지고 있는 만큼, 인사제도나 조직문화도 구성원 특성에맞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1년말 기준 CJ그룹 MZ세대(1980년 이후 출생자) 구성원 비중은 75%로 4년 전인 2017년(65%) 대비 10%포인트 증가했으며 특히 90년대생 비중은 22.1%에서 37.3%로 약 15%포인트 급증했다.

이에따라 CJ그룹의 연말 정기 임원 인사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CJ의 파격이 '이선호 회장님 만들기'의 일환일 가능성도 주목된다. 이 부장은 지난 2019년 마약 밀수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특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비판속에서도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불과 1년여 만에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부장으로 슬그머니 복귀하면서 비판여론이 거세진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장이 빠르게 임원으로 승진할 경우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그가 1990년생으로 상당히 젊은 나이라는 점도 재벌가 초고속승진 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여기서 연공서열 파괴와 성과주의가 더욱 필요했던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부장이 근무중인 글로벌비즈니스 부서는 그가 복귀하기 얼마전에 신설된데다 해외 비지니스를 관장하는 핵심부서로 최근 이 부장이 해외 사업 확장에 공을 세웠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심심치 않게 전해지고 있다. 실제 지난 9월에는 CJ제일제당과 LA레이커스 마케팅 파트너십 자리에 직접 등장해 활짝 웃으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 부장의 모습이 전해지기도 했다. LA레이커스와의 계약은 1억 달러로 CJ제일제당이 그간 진행한 스포츠 마케팅 중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 전과 이미지는 점점 희석되고 성과를 낸 이 부장의 이미지는 더욱 공고해지는 모양새다.

지난 9월 CJ그룹과 미국프로농구 LA 레이커스의 마케팅 파트너십 체결식에서 이선호 글로벌비지니스 부장(왼쪽 3번째)이 활짝 웃으며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br>
지난 9월 CJ그룹과 미국프로농구 LA 레이커스의 마케팅 파트너십 체결식에서 이선호 글로벌비지니스 부장(왼쪽 3번째)이 활짝 웃으며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에따라 재계에선 이 부장의 올해 임원 승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이미 그의 누나인 이경후 CJ ENM 상무는 지난해 부사장대우로 승진했다.

문제는 그가 아직 마약 징역형 집행유예 상태라는 점이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문제 있는 오너일가가 회사의 주요 파트에 복귀에 사업 경력을 쌓고 유능한 경영자로 이미지를 탈색해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가 비판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하물려 이 부장은 집행유예도 끝나지 않았는데 CJ가 초고속 승진까지 밀어붙일 경우 비판여론 상당할 것. CJ가 혁신을 한다는데 이런 것이 정말 혁신이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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