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에 나섰다. 치솟는 물가에 좁혀진 미국과의 금리격차가 이번 결정에 배경이 됐다. 빚으로 연명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가계의 타격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주식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정이 덜했던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2.25%로 0.50%포인트 인상했다. 3개월 연속 금리인상으로, 특히 금통위가 통상적 인상 폭(0.25%포인트)의 두 배인 0.50%포인트를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빅스텝’은 예견된 결정이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6.0%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또한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3.3%에서 3.9로 올랐다.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고, 0.6%포인트 상승 폭은 2008년 통계 시작 이래 최대다. 생산자물가도 지난달까지 다섯달 연속 올랐다. 그만큼 인플레이션 부담이 커진 것이다.
한국과 미국간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8년 만에 처음으로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나섰고 당시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정책금리) 격차는 0.00∼0.25%포인트로 좁혀진 상태였고, 이번 ‘빅스텝’으로 미국과의 격차는 다시 0.50∼0.75%포인트로 확대됐다. 문제는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까지 예상되면서 연준이 1%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자 자금 유출로 원화 환율에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번 결정에 따른 경제 파장도 주목된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3%로 조사 대상 36개국 중 가장 높았다. GDP 대비 부채 비중이 높다는 것은 돈을 버는 속도보다 부채가 느는 속도가 빨라 빚을 갚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계부채가 GDP보다 많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우리나라 기업부채 비율도 최근 1년 동안 5.5%포인트 늘어 증가 속도 면에서 조사 대상국 중 2위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자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말 가계부채 잔액은 약 1860조원으로, 기준금리가 0.5%p 오르면 전체 가계 이자부담은 6조원 가량 늘어난다. 그동안 빚으로 연명해온 한계가구나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의 타격이 커지면서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나 나온다.
특히 주식이나 암호화폐 시장에 비해 조정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부동산 시장의 타격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시장 역시 최근 거래량이 줄고 다양한 가격지표가 둔화되는 등 조정양상이 일고는 있지만 다른 투자시장에 비해 낙폭은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서 올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14%에 그쳤다. 반면 지난해 같은 시기 변동률은 6.93%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상승으로 이자부담 증가가 본격화될 경우 본격적인 조정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금리(신규)의 경우 작년 7월 2.81%에서 올해 5월 3.9%로, 상호저축은행 주택담보대출금리는 4.91%에서 5.02%로 각각 1.09%p, 0.11%p 오른 상황에서 이날 결정으로 추가 상향될 전망이다.
직방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2월과 2009년 1월 국내 기준금리는 각각 3%와 2.5%로 당시 주택담보대출금리(신규)는 각각 6.81%와 5.63%까지 치솟았다. 같은 시기 가계대출 금리별 비중은 5~8%미만 대출자가 74.9%(2009.1)~84.8%(2008.12)나 됐지만 올해 5월 기준 관련 수치는 3~4%미만 대출자가 55.7%, 4~5%미만 23.7%, 5~8%미만 6.9% 수준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향후 5~8% 미만의 가계대출 금리를 지불하는 차주 비중이 전체 중 50%를 넘기게 된다면 가계 경제나 부동산 시장도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판단된다”며 “한동안 집값이 제자리에 머물거나 떨어질 가능성이 보이는 상황에서 높은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출로 무리하게 집을 사는 의사결정은 어려운 문제일 수밖에 없다. 거래관망 속 저조한 주택거래와 가격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금리인상으로 인해 전세대출이자 부담이 월세이율 보다 높은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주택 임대차 시장의 보증부월세를 포함한 월세화도 지속될 전망”이라며 “특히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은 지방 아파트나, 연립·다세대 주택임대차는 전세가율이 80%를 넘어 설 경우 보증금 반환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보증금의 일부를 월세로 지불하는 것이 현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주택시장의 침체양상이 수익형 부동산시장으로 전이될 수 가능성에도 예의주시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