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구 LG화학)간의 ‘배터리 소송’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LG그룹으로부터 갑질, 기술도용 등 각종 피해를 봤다는 10개사 중소기업 대표들이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에 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LG그룹 구씨 일가의 일감몰아주기가 논란이 된 상황에서 중소기업 갑질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비판여론이 강해질 전망이다.
LG그룹피해자협의회는 9일 “LG그룹으로부터 기술탈취·상표도용·갑질을 당한 부당행위 내용를 널리 알리고, 거부권 행사의 당위성을 강조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한 협의회는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한 ESS 화재 등 국내외 제품 불량 및 리콜 사례를 알리고, 미국 소비자들의 생명보호와 안전을 위한 경각심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김성수 LG그룹피해자협의회 회장은 “LG에서 기술을 설명해달라고 해서 가서 설명해줬더니 1년 있다가 우리가 제안한 것과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허청에서 LG의 도용을 인정하자 그때서야 LG 측에서 협상을 요청해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중간에 윗선에서 ‘중소기업한테 로열티를 지급했다는 선례를 남기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협상이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특허분쟁이 벌어지면서 중국 업체와 계약이 무산되고 400억원대 피해를 본 상황”이라며 “중소기업을 이렇게 잔인하게 죽이면서 ‘외국가서는 우리는 깨끗하다’, ‘SK가 특허를 도용했다’ 이렇게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LG그룹을 성토했다.
그는 이어 “이건 이율배반적인 것 아니냐”며 “LG의 이같은 부도덕성을 알리고 국내 중소기업들의 피해를 먼저 보상해야한다는 취지로 서한을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협의회는 애초 이날 미국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지사에게 보낼 예정이었지만 이같은 소식을 접한 LG 측에서 갑자기 대화를 요청하면서 일정을 연기했다.
김 회장은 “LG에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며 “대화를 하자고 하는데 일단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것 아니겠느냐. 만약 거부하면 저 사람들(LG)은 협상을 영원히 안하거나 또 법적으로 갈거 아니겠는냐"고 배경을 설명했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당장의 납품때문에 제대로 된 항의를 못하거나 언제 끝날지 모른는 소송전을 두려워해 대응을 포기하는 중소기업들이 많다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전언이다.
현재 협의회는 중소기업 갑질과 인권유린에 대한 ▲LG그룹의 진실한 반성과 사과 ▲피해보상 ▲유사 피해 재발방지 및 근절대책 등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지난 2월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SK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10년간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그 결정 시한은 한국 시간으로 오는 12일 오후 1시까지다. 이와관련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지사는 8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에게 "최소 2600명의 조지아인 일자리가 바이든 대통령의 ITC 판결에 달려 있다"며 ITC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금지 조처를 뒤집어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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