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센터 문화공간 리뉴얼…집회 원천차단?

공사 지침 담은 회장님 코멘트에 "집회와 시위와 간섭없이"
'자사주 파티' 도덕성 치명타에도 보여주기 행사 집착하나
대통령실 주최 행사 빠지고 해외 출장 나선 것도 '뒷말무성'
포스코 "집회?시위 제한 말도 안돼…시민 통행 불편 해소 차원"
김두윤 기자 2023-05-23 13:52:08
포스코가 기업시민선포 4주년을 맞아 강남 사옥 리뉴얼을 추진하면서 무성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포스코센터가 문화복합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내달 포항제철소 종합준공식 50년과 기업시민선포 4주년을 기념해 시민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리뉴얼을 추진하고 있는 것. 문제는 최근 '최정우 퇴진'을 촉구하는 각종 단체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집회와 시위를 제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내용이 리뉴얼 공사 지침에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출발부터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사실상 허울 좋은 구실을 내세워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닫기 위한 꼼수아니냐는 것이다. 포스코 측은 "시민 통행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이 왜곡됐다"는 입장이다.

2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포스코이앤씨(포스코건설)에 ‘포스코센터 명소만들기’ 사업의 시공을 의뢰했다. 실내는 각종 미디어시설과 조명연출이 가능한 인테리어로 꾸미고 외부는 센터를 도는 산책길과 조경공간을 조성하는 식이다. 포스코이앤씨에는 외부 공사가 맡겨졌다. 공사기간은 다음달 25일 예정된 ‘기업시민헌장 선포식’ 전까지로 전체 예산은 80억원대다. 이중 포스코이앤씨가 맡은 외부 공사는 60~70억원대다. 현재 포스코이앤씨는 일정을 맞출 수 있는 시공방법 등 내부 검토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 포스코센터를 서울 시민에 각광받는 명소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지난 3일 첫삽을 뜬 포스코 광양제철소 ‘Park1538광양’와 같은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의도의 순수성에 대한 물음표가 적잖다는 점이다. 

빅터뉴스가 확보한 포스코 측 내부 문건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 측이 포스코이앤씨 측에 전달한 지침에는 ▲최고 조경전문가를 섭외 ▲우천 등 고려해 조속히 공사 시행 등과 함께 ‘포스코센터가 집회와 시위와 간섭없이 일반 시민들이 편하게 왕래하고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이 지침에는 ‘회장님 코멘트’라는 제목이 달려있다. 포스코에서 회장은 최 회장밖에 없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인도 JSW 뭄바이<br>본사에서 사쟌 진달 회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인도 JSW 뭄바이
본사에서 사쟌 진달 회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강남 포스코센터를 시민에 각광받는 서울 명소로 만들겠다면서 왜 굳이 집회나 시위를 언급했는 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며 “사실상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모임을 원천차단하기 위한 꼼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그동안 포스코센터 앞에서는 ‘최정우 퇴진’을 외치는 각종 시위가 잇따랐다. 최근에도 전국금소노동조합와 포스코사내하청지회가 성실교섭 촉구와 경영진의 ‘자사주 파티’를 비판하는 피켓을 들었다.

다음달에는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범시민대책위원회가 최 회장 퇴진을 위한 대규모 상경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앞서 서울시가 새 광화문광장을 개장하는 과정에서는 광장을 공원화해 집회와 시위를 막으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쏟아진 바 있다.

60~70억원대 소규모 공사를 포스코이앤씨에 맡긴 것도 뒷말이 무성하다. 그룹 공사라는 상징성과 중요성, 안전성 등에서 포스코이앤씨이 선정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중소기업, 시민사회, 직원과의 상생을 담은 기업시민선포식을 기념하는 공사에서 굳이 중소기업을 제치고 시공능력평가 4위의 굴지의 건설계열사에 맡길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다.

그동안 최 회장이 입이 닳도록 외친 기업시민과 상생의 의미와 거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한편, 최 회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의 잔디광장에서 개최되는 ‘제34회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 불참한다. 그는 현재 해외 출장중으로 지난 4월말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 경제사절단이 떠날 때도 해외 출장을 간 바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포스코홀딩스의 한 관계자는 "간섭없이라고 말한 취지는 집회나 시위를 제한하겠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라며 "기존에 집회나 시위로 인해서 일반 시민들의 접근성이나 통행에 불편이 있었고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설계나 디자인을 잘짜보라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 회장의 해외 출장은 이미 작년 부터 계획이 돼있던 것"이라며 "즉흥적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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